수돗물 유충 파동으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21일 대전의 한 대형유통매장 계산대 옆에 생수 판매장이 설치돼 있다. 송인걸 기자
인천에 이어 경기, 김해, 울산, 의령 등 정수장 7곳에서 유충이 확인되자 전국에서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수돗물 먹기가 겁난다”며 주방과 화장실 수도꼭지 필터를 설치하거나 생수 구입에 나서고 있다. 지방정부는 정수장의 수돗물 생산체계 긴급 점검에 나섰다.
환경부와 지방정부 등의 집계를 종합하면, 수돗물 유충 관련 신고는 △서울·경기 94건(21일 낮 12시 현재) △대전 9건(21일 오후 3시 현재) △인천 626건(19일 오후 6시 현재) △부산 11건(21일 낮 12시 현재) △충북 청주 4건(20일 오후 6시 현재) 등이다. 환경부는 “20~21일 사이에 의심 신고가 잇따라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황실을 꾸려 매일 전국 현황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돗물 불안감이 커지자 주방과 화장실 수도꼭지에 연결하는 필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위메프는 인천 서구에서 수돗물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처음 접수된 지난 13일부터 1주일간 샤워기 필터 판매량을 살펴본 결과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716% 급증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달과 지난주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각각 1046%, 1278% 늘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옥션과 G마켓에서도 같은 기간 샤워기 필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각각 560%, 510% 늘었다.
유충 발견 사고가 접수된 지역에서 생수 매출도 급증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수돗물 유충 발견 신고가 접수된 인천 서구와 부평, 계양, 강화 등에 있는 점포 50곳의 이달 15~19일 생수 판매량이 지난주 같은 기간 대비 191.3%나 늘었다.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보도 이후 생수를 찾는 시민이 늘어나자 대형유통매장은 최근 생수 판매장을 계산대 앞에 전진 배치했다. 대전지역의 한 유통매장 관계자는 “최근 생수 판매량이 증가했다. 고객 가운데 ‘정수한 물도 마시기 불안하다’는 분도 계신다”고 했다.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만 가자 지방정부는 수돗물 공급체계 전반에 대한 긴급점검에 들어갔다. 경남도는 지난 16~20일 경남 51개 정수장 현장점검 결과 김해 삼계, 양산 범어, 의령 화정 등 3개 정수장의 여과 과정에서 수중생물 3~7마리를 발견해, 수중생물을 제거하고 여과지 청소, 활성탄·방충방 교체, 거름망 추가 설치 등을 했다. 하지만 배수지 등 여과를 거친 이후 과정에선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도 관계자는 “현장점검을 마친 21일 현재 모든 과정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전시도 정수처리 시설 주변을 특별 소독하고, 여과설비 입구 등에 설치된 방충망과 전기방충 설비를 정비하는 한편 입상활성탄 여과지 역세척 주기를 평소보다 단축하는 등 수돗물 생산체계를 강화했다.
송인걸 옥기원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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