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 앞에서 녹색연합, 녹색미래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포장 제품의 재포장 금지 제도를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추진해온 ‘재포장 금지’ 제도가 ‘할인 상품 판매 규제’ 논란으로 번지면서 세부 지침을 보완하기 위한 의견 수렴이 다시 진행 중이다. 한국도 외국처럼 포장 관련 규제를 하지만 사각지대가 있어 제도 정비가 필요하고, 동시에 업계의 자율적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공개된 환경부의 ‘폐기물 감량을 위한 포장제품의 재포장 기준 등 마련 연구’ 보고서를 보면 유럽연합(EU)과 독일은 포장재 전반을 관리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신포장재법’을 개정한 독일은 생산자가 중앙기관에 포장재를 사전 등록하게 해 실제 포장재로 어떤 소재가 얼마나 쓰이는지 현황을 파악하고 있고, 생산·유통업자가 모든 포장재의 수거, 재활용 등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책임 범위를 확대했다. 유럽연합은 2015년말 ‘순환경제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포장재 폐기물의 최소 70%를 재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은 식품·화장품의 비기능적 빈 공간을 없애도록 했고, 캐나다도 가공식품의 포장 공간 비율을 10% 이하로 두고 있다. 한국도 포장 공간 비율, 포장 횟수 등의 규제가 이미 있다. 그러나 폭증하고 있는 온라인 택배 등 모든 포장재를 규제하지는 못한다. 생산자에게 재활용 책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전년도 연간 매출액 10억원, 수입액 3억원 이상 등 업종이나 규모를 기준으로 해 ‘빈틈’이 있다. 대부분의 묶음 제품이 법에 따라 두 번 이내로 포장돼 유통되고 있으나, 이런 2차 포장과 이번에 금지하려던 재포장(포장돼 생산된 제품의 추가 포장)의 경계가 모호해 논란이 커졌다.
환경단체나 전문가는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22일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제품을 낱개로 여러 개를 구매해도 계산할 때 (묶음) 할인가를 적용하거나 제품을 추가 증정할 수 있다”며 재포장을 법으로 금지해도 할인상품 판매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다만 판촉 목적의 재포장을 금지해도, 유통업체가 아닌 제조업체가 포장해 규제를 피하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는 전망도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를 퇴출시키는 자율적 캠페인을 먼저 한 뒤 정착이 되자 지난해 금지법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업체들이 먼저 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이달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재포장 금지’ 시행령의 가이드라인을 지난달 배포했다가 ‘묶음 할인 판매 금지’ 논란에 휘말렸다. 업계 반발로 세부 지침을 보완한 뒤 내년 1월에 시행하겠다며 한발 뒤로 물러선 상태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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