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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산업부에 ‘전력계획’ 돌려보낸 환경부 “온실가스 감축 의문”

등록 2020-07-06 05:00수정 2022-01-13 16:26

첫 도입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 의견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마다 15년치 대비해 수립
파리기후협약 준수 여부 가늠자

9차 전력계획 주요 내용은
60기 석탄발전기 중 2034년까지
30기 폐지하고 LNG발전 대체

환경부, 산업부에 보완 요구
“미세먼지 감축·재생에너지 확대 등
구체방안 없어 목표실현 판단 못해”
지난달 4일 서울 누하동 환경운동연합에서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이 기자회견을 열어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가 반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달 4일 서울 누하동 환경운동연합에서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이 기자회견을 열어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가 반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올 연말에 확정될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현재 60기인 석탄발전기 중 2034년까지 30기를 폐지하는 계획을 담기로 하면서 정작 이를 추진하는 세부 내용은 세우지 않아,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감축과 같은 국가환경정책 목표 달성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정부 내부에서도 나왔다. 이는 올해 처음 시행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환경부의 검토 의견에 포함된 내용이다.

5일 <한겨레>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녹색연합을 통해, 이런 내용이 담긴 환경부와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검토 의견서를 확보했다. 산업부는 지난 5월9일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공개한 뒤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해 행정예고를 거쳐 5월18일 환경부에 제출했다. 이를 검토한 환경부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관련 기관 의견을 들어 지난달 15일 보완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산업부에 보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 산업부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대상 시기인 2034년까지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등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평가서를 검토한 환경부가 “국가정책과의 부합성을 검토하기엔 전반적인 내용이 부실하니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라”고 보완을 요구한 것이다. 환경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른 발전(전환) 부문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인 1억9300만톤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구체적인 자료가 없고, 2030년에 발전부문 미세먼지를 2019년 대비 49% 줄인다고 했지만 역시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도 2034년까지 27%로 늘린다지만, 이 계획에 따른 환경영향이 검토, 제시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근거 부실은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검토 의견에서도 나타났다. 온실가스의 경우 연도별, 발전기별 발전량과 배출량 예측치, 배출계수 같은 기본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산업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엔 이런 내용이 없다. 기존 전원의 이용률 검토 현황이나 적정 이용률 추진계획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내용도 빠져 있다. 폐기되는 석탄발전 30기 중 권역별로 대상이 어느 발전기인지, 또 석탄발전을 폐기하고 액화천연가스(LNG)로 바꾼다면 대상 발전기가 무엇인지 등도 나와 있지 않다. 이 때문에 4대 권역별로 발전부문 관리 세부 계획이 짜인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과 부합하는지 등을 따질 수가 없다. 연구원은 “구체적 내용이 제시되지 않아 미세먼지 감축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마다 15년치의 국가 전력수급을 위해 세우는 기본계획이다. 엘엔지와 석탄, 원자력, 재생에너지 같은 전력 발전원의 조합 계획과 이를 통한 온실가스, 미세먼지 감축 방안 등이 담긴다. 한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킬 수 있느냐 여부가 이 계획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번 9차에선 현재 60기인 석탄발전기 중 2034년까지 가동연한 30년이 도래한 30기(15.3GW)를 폐지하고 이를 엘엔지발전기(24기·12.7GW)로 대체하는 게 뼈대다. 단, 이전 정부에서 승인돼 건설 중인 7기(7.3GW)의 신규 석탄발전이 포함돼 있어 2034년 석탄발전의 설비용량은 29GW로 줄어드는 데 그친다. 이대로라면 2034년까지 석탄발전이 최대 발전원이 되며, 2050년대 중반까지도 석탄발전을 운영하게 된다. 늦어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중립(넷제로)을 이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표 이행은 불가능하게 된다. 9차 기본계획대로면 2050년 시점의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은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의 3.2배를 초과한다는 계산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9차 계획이 달성 가능하다고 밝힌 온실가스 감축 계획 등이 구체적 근거가 빠진 채 부실하게 작성된 것이다. 녹색연합은 “9차 계획은 한국 정부가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자는 국제사회의 목표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매우 무책임한 계획”이라며 “산업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에 맞춰 9차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쪽은 “환경부가 평가를 하는 데 필요한 내용의 구체성을 높이기 위해 자료를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산업부가 평가서를 보완해 제출하면 환경부는 재검토를 거친 뒤 추가로 보완을 요구하거나 ‘반려’나 ‘부동의’ ‘조건부 동의’ ‘동의’ 등의 검토 의견을 내게 된다. ‘조건부 동의’나 ‘동의’인 경우 다음 절차로 넘어가게 되지만 ‘반려’나 ‘부동의’인 경우 평가서나 계획 자체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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