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8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그룹 브리핑에서 유승훈 총괄분과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발표는 원전의 점진적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의 정책적 큰 틀을 유지하면서 석탄발전의 보다 과감한 감축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정했다. 연합뉴스
올해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처음으로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치게 됐지만, 그 과정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으면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위기 시대에 국가 에너지 정책이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감축 계획에 부합하는지 등을 충분히 짚자는 취지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치게 한 것인데, 그 과정이 부처들끼리만 의견을 주고받는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제도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대규모 국책 사업의 시행 과정에서 환경 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개발계획 확정 이전부터 환경적 영향을 검토해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지난해부터 전력수급기본계획도 이 평가를 거치도록 했고 9차 계획부터 도입됐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9차 계획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지난 5월18일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보냈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난 15일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부처 간에 주고받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지난달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에 9차 계획에 대한 검토의견 공개를 요청했으나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통보받았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이 모두 끝난 뒤에야 자료를 공개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사회적 의견을 수렴하려면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게 먼저다. 이미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된 평가 완료 시점에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고 지적했다.
게다가 산업부의 평가서 작성 과정 그 자체가 행정예고 대상인 만큼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국가 계획은 이해관계자들이 많은 만큼 그 작성 과정에서부터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지만, 우리는 아직 이런저런 이유로 공개를 꺼리는 일들이 부지기수다. 심지어 회의록에 기록을 남기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전문가도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평가서 검토의견을 받아낸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외국에선 이런 국가계획 수립 때 회의 안건지와 결과는 물론 회의 내용도 인터넷에 공개하는데 우린 ‘부처 간 협의’ ‘계획의 수립 과정’이란 핑계로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그만큼 충분한 공론화 없이 계획이 수립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일 산업부 에너지혁신정책관은 “평가서를 보완하는 내용은 환경부가 평가를 하는 데 필요한 것일 뿐 (최종 확정될)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담아야 하는 것인지는 나중에 따로 판단해봐야 한다. 기본계획을 만드는 법적 목적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공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최우리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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