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고온이나 대기오염에 노출된 임산부가 조산하거나 저체중아, 사산아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서 3200만명 이상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의학협회의 월간 학술지 ‘네트워크 오픈’에 실린 ‘대기오염과 열 노출이 미국 내 조산과 저체중 출산, 사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체계적 검토’ 보고서를 보면, 기온 상승은 조산율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보고서는 2007년 이후 미국 내에서 고온과 대기오염이 출산 결과에 미치는 관계를 분석한 57개의 연구를 다시 살핀 ‘메타 연구’다.
조사 대상 연구 중 4건의 연구에서 연구진은 고온이 조산 위험을 8.6~21% 높이는 것을 확인했다. 높은 기온과 사산과의 연관성을 조사한 두 건의 연구에선 출산 직전 주의 기온이 1도 상승한 경우 그 시기가 5~9월이면 사산할 가능성이 6%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오존과 미세먼지(PM2.5) 역시 조산과 저체중 출산, 사산과 관련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한 연구에선 임신 마지막 3개월 동안 대기오염에 노출된 경우 사산 위험이 42% 증가했다.
2004~2005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50만건에 가까운 출산 사례를 조사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폐기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공장과 산모 거주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5km마다 3%P꼴로 저체중 출산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가 발전소에 가까운 것도 조산 위험을 높였다.
천식을 앓는 엄마들은 특히 위험했다. 한 연구에서 대기오염에 노출된 천식 산모의 경우 임신 28주 미만 출산을 이르는 ‘심각한 조산’ 가능성이 52%나 높았다.
기후변화는 일반적으로 심장병, 호흡기 질환, 정신 건강, 전염병에의 노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한 여성들과 발달하는 태아는 그 영향에 특히 취약하다. 연구를 진행한 산부인과 의사 출신의 브루스 벡카르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신체 건강이 약한 세대가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로 초래될 건강 문제를 다루는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 더 많은 건강(의학)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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