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으로 4월초 전년 대비 17%까지 급감했던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각국의 봉쇄 해제로 급속하게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산업활동이 멈추고 항공기와 자동차 등 교통운행이 제한되면서 가파르게 줄어들었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일부 국가들이 봉쇄를 풀면서 증가하기 시작해 세계는 지구온난화의 험난한 길로 다시 들어섰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한국시각) 보도했다.
국제저널 <네이처 기후변화>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각)치에 영국·미국·독일·프랑스·노르웨이·네덜란드·호주 등 7개국 국제공동연구팀이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안에 격리되고 국경이 봉쇄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어 올해 4월7일까지 세계 일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700만t 감소했다”고 분석한 논문을 실었다.(▶
관련기사 ‘코로나19로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17% 줄었다’)
하지만 연구팀이 최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재분석한 결과 세계의 봉쇄 조처가 느슨해지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다시 급속히 늘어나 6월 중순 현재 2019년 평균 대비 감소폭이 5%까지 좁혀졌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일찌감치 우한 등의 봉쇄를 풀면서 이미 5월 중순께부터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으로 회귀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동차 운행 중단이 이산화탄소 배출 급감에 기여했지만, 봉쇄가 풀리자마자 승용차와 트럭들이 도로를 내달리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위기가 계속돼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회피하면서 이런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티브 시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경제학)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반등 현상이) 경제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더워지는 날씨에 더 자주 에어컨을 트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네이처> 논문 연구팀은 올해 말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 대비 4~7% 감소할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았다. 이는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폭보다 몇 배 많은 수치다. 논문 공동저자인 로브 잭슨 스탠포드대 교수(지구과학)는 “이산화탄소 배출 5% 감소는 적어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라며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멈추기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로 가는 길의 일부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