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형 에너지협동조합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안산예술의전당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안산/강재훈 선임기자
정부가 다음주 발표할 예정인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그린뉴딜’ 사업으로 화물차의 전기차 교체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금융 지원, 그린리모델링, 수열을 활용한 냉난방 사업 등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추경안에서 그린뉴딜 사업비 비중은 작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6월 말 발표할 예정인 중장기 ‘그린뉴딜’ 정책에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정부 재정 지원을 통한 사회적 불평등 해소책을 함께 담아 ‘이명박식 녹색성장’과 다른 전략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 4개 부처 초안 살펴보니♣] 27일 <한겨레> 취재 결과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 4개 부처가 지난 20일부터 여당과 협의해온 주요 정책 초안에는 앞서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한국형 뉴딜 티에프(TF)’가 제안한 발전·산업·수송 등 6개 분야 23개 안이 대부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에너지 효율을 높인 산업단지와 도시 에너지공동체 조성, 원전과 석탄 중심인 중앙집중 전력망의 디지털분산형 전환, 그동안 주민 반대로 추진하기 어려웠던 재생에너지 사업의 자치적 운영을 확대하는 방안, 에너지 진단 사업 등을 새로 제안했다.
국토부는 공공건물과 임대주택 중심의 그린리모델링과 신축건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을 주요 사업으로 제시했다. 환경부는 재생 가능한 재료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 등 환경산업 육성과 거점단지 조성, 생태하천 복원, 물 순환, 공공부문 온실가스 저감 등을 제안했다. 중기부는 그린스타트업 기업 지원책을 내놨다. 부처별로 낸 ‘아이디어’였지만 정부 그린뉴딜의 정책 방향을 짐작하게 한다.
그린뉴딜 사업의 큰 그림은 다음달 말께 정부가 발표한다. 앞서 마련되는 올해 3차 추경안에는 하반기 안에 마무리지을 만한 사업이 우선 담긴다. 특히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단기 과제로 삼으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업이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건물과 학교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그린리모델링이 대표적이다. 27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국토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이 주최한 ‘건축물 그린리모델링과 한국판 뉴딜’ 토론회에서 이명주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는 “공공건물과 학교 등 전국 13만여개의 건물을 리모델링하면 370만개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성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린리모델링 재정 지원을 확대하면서 건물 용도나 크기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해 그에 따른 맞춤형 정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3차 추경안의 그린뉴딜 사업에는 이 밖에도 재생에너지 주민 참여 확대를 위한 금융 지원과 전기차로의 화물차 교체, 학교와 산업단지에 태양광발전 도입, 영농형 태양광발전, 자원 순환과 폐자원 활용 등 그린스타트업 지원, 수열을 활용한 냉난방, 미세먼지 차단 숲 조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 ‘녹색성장’과 다르려면? 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 계획을 현실화해야 그린뉴딜의 취지에 맞는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약속해놓고 해외 석탄발전 투자나 새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세계적 환경단체 ‘지구의 벗’과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은 27일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한국이 석유·석탄·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사업에 지원한 공적 자금이 7.8조원이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한국이 중국, 캐나다,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의 석탄 금융 지원국이며, 인도네시아 치르본2 석탄발전소 등에 투자했고 베트남 붕앙3 석탄발전소에 추가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김상현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는 “‘그린뉴딜’을 얘기하려면 일자리 창출을 넘어 탄소배출 중립을 향한 경제의 탈탄소화와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결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며 노동자·시민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취지에서 각 부처에 정책을 맡겨두지 말고 관련 정책 개발, 실행계획 수립 등을 총괄하는 전담 부처나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과정에서 이명박식 녹색성장의 ‘과오’라 할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전략을 극복하는 것도 정부의 과제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은 “극단적으로는 규제를 완화해 재생에너지 시장을 대기업에 모두 개방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저탄소 녹색성장 선언만 하고 토건 중심의 일자리를 늘린 이명박 정부와 다를 게 없어진다”고 짚었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도 “속도감 있는 전환을 위해 대규모 사업·기업 중심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해는 되지만 우리 사회엔 대규모 사업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다”며 시민 참여 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시민이 직접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이익을 가져가는 ‘전국민 풍력발전 주주 되기 운동’을 제안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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