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4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서울그린캠퍼스’ 대학생 홍보대사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캠퍼스 실천을 촉구하는 ‘온실가스 감축, Go! 그린캠퍼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광장에 펼쳐진 ‘1.5℃’는 기후변화에 따른 파국을 막기 위한 지구 온도 상승 제한폭인 1.5도를 의미한다. 연합뉴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은 새 국가감축기여(NDC)의 유엔 제출 시한이 올해 말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이 감축 부담을 공정하게 지면서 파리기후협정을 지키려면 감축 목표를 지금보다 2배 이상 높여야 한다는 국제 기후변화 전문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유럽의 기후분석 전문기관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국내 사단법인 기후솔루션과 함께 13일 공개한 ‘탈탄소화 사회로의 전환 –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기반 배출 감축 경로’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기후변화 정책 전문 연구기관으로, 이 보고서는 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공정한 부담’ 수준을 처음 분석한 보고서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기로 한 한국의 현재 국가감축기여를 ‘매우 불충분’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공정한 부담을 생각한다면 2030년까지 전망치 대비 74% 이상·2017년 배출량 대비 70% 이상으로 감축 목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한 부담’은 기후변화기본협약(UNFCCC)의 ‘공통의 구별된 책임’ 원칙에 따른 것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 경제 수준, 감축 능력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럴 경우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현재 목표로 잡은 5억3600만tCO₂e(이산화탄소톤)에서 2억1700만tCO₂e으로 절반 이상 더 줄여야 한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한국의 ‘공정한 온실가스 감축 분담’ 범위. 클라이밋 애널리틱스·기후솔루션 제공
정부는 2018년 확정한 ‘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에서 2030년 배출전망치 8억5100만t의 32.5%인 2억7650만t을 국내의 산업, 건물, 수송 부문 등의 직접 감축을 통해, 4.5%인 3830만t을 산림 흡수와 시장메커니즘 등을 활용한 국외 감축활동으로 줄이기로 한 바 있다. 지난해 개정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에서는 이 목표를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으로 제시했으나 실제 감축량이 바뀐 것은 아니다.
이 감축 계획에 대해 보고서는 “세계 각국이 한국과 같이 할 경우 지구 온도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4도를 넘어서게 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파리협정에서 정한 1.5도 억제 목표를 지키려면 국내 감축 목표를 2030년 전망치 대비 66%로 강화해 국내 배출량이 2억9100만t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그린뉴딜 공약을 내세운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에 맞춰 탈석탄화와 2030년 국가감축기여 목표를 개선하기 위한 명확한 로드맵을 수립할 것으로 권고했다. 우르술라 푸엔테스 클라이밋 애널리틱스 선임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가 2030년 감축목표를 파리협정에 부합하도록 강화하는 것”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하고 10년 내 석탄발전소를 퇴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파리협정은 새로 제출하는 국가감축기여 목표가 기존 목표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진전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며 “만일 한국이 지난 2015년과 같은 5억3600만t의 목표치를 그대로 제출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