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의 관광지 피피섬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요즈음 시내의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원칙적으로 일회용 용기가 아닌 컵에 담아 주고 주문한 음료를 카페 외부로 가져가겠다고 할 경우에만 일회용 용기를 제공합니다. 그러다 보니 카페 내에서 동료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커피를 가져가려면 소비자 입장에서 번거롭고 매장의 직원들과 시비가 벌어지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또 올해 초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국내 재활용품 수거업체들이 비닐 등의 수거를 중단하여 ‘쓰레기 대란’이라고 불리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중국에 쓰레기를 대량으로 수출하던 미국, 영국 등도 큰 홍역을 치렀습니다. 오늘은 쓰레기 중에서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플라스틱(비닐 포함) 쓰레기에 대해서 같이 살펴보려고 합니다.
효과 없는 재활용 정책
플라스틱은 다양한 크기와 모양으로 제작하기 쉽고, 내구성이 강하고, 가볍고, 제작 비용이 적기 때문에 매우 장점이 많은 소재입니다. 한때 ‘기적의 소재’라는 말까지 들었죠.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톤에서 2015년 3억2200만톤으로 무려 160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특히 플라스틱 중 포장재와 일회용기로 쓰이는 것의 비중이 급증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량으로 생산된 플라스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어 지금은 지구촌의 고민거리가 되었습니다. 전세계 해안가에 버려진 쓰레기의 61%가 플라스틱이라고 합니다.
조지아대학의 공학자 제나 잼벡 팀의 계산에 의하면, 2010년 해안을 끼고 있는 국가 192개국에서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은 2억7500만톤이었고 그중 약 480만톤에서 1270만톤이 바다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폐기물’, <사이언스>, 2015) [그림1]에서 보시면 상위 5개국은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스리랑카였고, 20개 국가 중 선진국은 미국 한 나라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인구 규모의 영향을 받겠지만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중국을 위시한 저개발국에 집중된 것은 선진국들이 쓰레기를 저개발국에 대규모로 수출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의 쓰레기 수입 금지가 전세계적 파장을 일으키는 것이구요.
오랫동안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결과는 신통치 않은 것 같습니다.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의 환경학자 롤런드 가이어 팀의 연구에 의하면
[그림2]에서 보듯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단 9%만이 재활용되는 데 그쳤습니다.
(‘플라스틱의 생산, 사용 및 처리’,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2016) 1950년에서 2015년 사이에 신규로 생산된 플라스틱 총량 83억톤 중에서 25억톤은 현재 사용 중이고, 58억톤은 일회 사용이 끝난 뒤 버려진 것이 46억톤, 소각된 것이 7억톤이었고 재활용된 것은 고작 5억톤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재활용된 5억톤도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것은 1억톤이고, 나머지 4억톤은 최종적으로 버려지거나 소각되었습니다.
현재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모아서 70미터 높이로 쌓으면 그 면적은 맨해튼 섬과 비슷하다고 할 정도입니다. 2015년 텍사스 에이앤엠(A&M)대학에서 해양 동물학을 전공하던 크리스틴 피게너는 코스타리카 연해를 답사하던 중 코에 빨대가 박혀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을 구해서 빨대를 제거해 주었습니다. 이들은 이 과정을 촬영하여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이 거북이가 코에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순식간에 전세계를 강타하였고, 스타벅스, 아메리칸 에어라인, 하이엇호텔 등 여러 기업이 빨대 사용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량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필연적으로 생태계에 손상을 가져오고, 최종적으로는 인류에게도 큰 해를 끼칠 것이 분명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조각으로 나뉜 플라스틱을 물고기들이 먹게 되고, 그 물고기를 또 우리가 섭취하게 되어 우리 몸에는 차곡차곡 플라스틱 입자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작년 푸트라말레이시아대학의 보건학자 알리 카라미 팀은 8개국 17개 소금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플라스틱 조각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브랜드는 단 하나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소금 1㎏당 플라스틱 조각이 1~10개 정도 들어 있었습니다.
(‘각국에서 시판되는 소금에서 발견되는 미세 플라스틱’, <사이언틱 리포트>, 2017)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강과 호수의 플라스틱 때문에 수돗물에도 플라스틱 조각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 입자가 포함된 수돗물은 미국, 유럽의 선진국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저개발국 모두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심지어 세계경제포럼의 추계에 의하면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획기적인 대책이 없을 경우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지게 된다고 합니다.
행동경제학적 시도
물론 인류가 늘어나는 플라스틱 쓰레기 앞에서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중 몇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영국 카페에서 커피를 시킬 때 일회용 컵이 아닌 일반 컵으로 받을 경우 0.25파운드(약 350원) 정도 할인을 해주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아, 종이컵 역시 플라스틱 폐기물의 일종입니다. 순수히 종이로만 제작된 컵이 액체를 제대로 담을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종이컵이라고 부르는 것은 내부에 플라스틱이 코팅된 플라스틱-종이 합성컵입니다. 그래서 사실 재활용하기도 극히 어려운 물품입니다. 그런데 영국 정부의 조사에 의하면 일반 컵 사용 할인을 통해 일회용 컵 사용이 줄어든 효과는 고작 1~2%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영국 하원에 제출된 법안은, 일회용 컵을 사용할 경우 같은 금액인 0.25파운드를 ‘라떼세’라는 명목으로 추가로 내게 하는 것입니다.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해당 법안을 제출한 의원들은 라떼세가 훨씬 더 큰 효과를 내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에 의하면 사람들은 같은 금액일 경우 ‘할인이 주는 기쁨’보다 ‘추가 납부가 주는 고통’을 훨씬 더 크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행동경제학적 측면에서 보스턴대학의 마케팅학자 레미 트뤼델 팀은 또 다른 흥미로운 일련의 연구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우선 소비자들의 정체성이 재활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였습니다.
(‘자기 자신의 재활용’, <저널 오브 컨슈머 리서치>, 2016) 미국의 많은 카페에서 컵에 주문자의 이름을 쓰고, 통상적으로 본인의 이름은 정체성 연계도가 굉장히 강한 것에 착안하여, 이들은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을 첫번째는 컵에 본인의 이름이 정확하게 씌어진 그룹, 두번째는 이름의 철자가 틀리게 적힌 그룹, 그리고 끝으로 이름이 아예 적히지 않은 그룹의 세 집단으로 나누어 이들의 행동을 관찰하였습니다. 이름이 정확하게 적힌 컵의 재활용률은 48%로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컵의 재활용률 26%에 비해 뚜렷이 높았습니다. 또 흥미롭게도 이름의 철자가 틀린 컵의 재활용률은 24%로 이름이 없는 컵과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정확한 이름이 적힌 컵에 일체성을 더 느끼고, 이 컵을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기보다는 재활용 수거함에 넣는 성향이 커진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정체성과 관련된 두번째 실험으로 애교심을 분석하였습니다. 학생들에게 학교의 로고가 적힌 종이컵을 제공하였는데, 첫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애교심을 높이는 기사(졸업생의 출세기)를 접하게 했고, 두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애교심을 낮추는 기사(졸업생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사)를 접하게 했습니다. 세번째 그룹은 아무런 기사도 읽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가
[그림3(A)]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린 비율은 첫번째 그룹이 가장 낮았고, 두번째 그룹이 가장 높았습니다. 첫번째 그룹은 재활용 비율도 높았고, 심지어 보관하기 위해 집에 가져가는 비율조차도 높았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서도 정체성이 재활용에 미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트뤼델 팀의 두번째 연구는 대상물의 상태가 재활용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제품의 크기와 손상 정도가 재활용에 미치는 영향’, <저널 오브 컨슈머 리서치>, 2013) 이번 실험품은 플라스틱은 아니고 금속 캔이었는데 함의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학생들을 네 집단으로 나누어 미니 사이즈의 캔과 정규 사이즈의 캔을 각각 찌그러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하여 제공하였습니다. 그 결과가
[그림3(B)]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캔이 찌그러져 있지 않고 사이즈가 큰 경우에 가장 재활용률이 높았습니다. 사실 캔이 찌그러졌다는 것 여부는 재활용과 무관한 것이지만, 학생들은 찌그러진 캔을 보다 더 ‘쓰레기스럽다’고 생각한 것이고 크기가 클수록 보다 완전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다양한 제안들
이 외에도 각국에서는 분해도를 높이는 새로운 플라스틱의 개발, 재활용의 공정을 단순하게 하기 위한 용기의 부착물과 색 규제 및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플라스틱 금지 방안까지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영국 의회의 경우 ‘라떼세’에도 불구하고 재활용률이 급격히 높아지지 않으면 일회용 컵의 사용을 금지할 수도 있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고, 인도의 모디 총리는 2022년까지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금지하겠다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책을 최근 밝힌 바 있습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일으키는 생태계 위협의 정도를 고려해볼 때 어떤 하나의 정책을 고집할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도 다양하고 과감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 우리가 사는 세계가 ‘플라스틱 플래닛’이 되는 것을 막는 국제적 노력에 함께하기를 부탁드리면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