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 능파대에는 화강암 해안이 소금 풍화로 인해 벌집처럼 구멍이 뚫린 타포니 등 다양한 풍화 지형이 펼쳐져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암석은 화강암이다. 특히 2억1000만~1억5000만년 전 사이에 만들어진 ‘쥐라기 화강암’은 남한 면적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고성 일대의 기반암인 화강암도 이때 만들어졌다.
화강암은 압력과 온도가 높은 지하 수십㎞에서 형성된 암석이다. 그래서 압력이 낮은 지표에 나오면 수분 등의 영향으로 쉽사리 풍화된다. 바닷가에서는 소금기가 풍화를 가속한다. 암석 광물 사이에 낀 소금 결정이 수분을 흡수해 팽창했다가 수분을 잃으며 수축하는 과정에서 단단해 보이던 화강암은 빵조각처럼 부풀어 오르고 떨어져 나간다.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문암진리에 있는 능파대는 화강암이 모래가 되기 전 마지막으로 빚어내는 기기묘묘한 풍화 산물의 전시장이다. 애초 섬이다가 문암천이 쓸어온 퇴적물로 육지와 연결된 능파대는 ‘파도를 이기는 바위’란 이름대로 화강암 암반이 파도와 소금기와 맞선 흔적이 1.5㎞ 범위에 걸쳐 펼쳐져 있다.
특히 이곳에는 암석이 풍화돼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타포니’와 항아리처럼 구멍이 움푹 파인 ‘나마’ 지형이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나타나 있다. 최돈원 박사(강원도 환경과)는 “수중에서 이곳 암반을 보면 타포니와 나마가 나타나지 않아 공기 속의 파도와 소금기가 원인임을 짐작할 수 있다”며 “안개가 자주 끼는 이 지역의 기상도 소금 풍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송지호 해안의 부채바위. 커다란 화강암 바위를 단단한 규장암이 지탱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능파대에서 10㎞ 북쪽인 송지호 해안에도 비슷한 화강암 지대인 서낭바위가 지질명소로 지정돼 있다. 화강암의 틈이 두부모처럼 갈라지거나 밀가루 반죽처럼 긴 고랑을 이루는 등 다양한 풍화 지형이 드러나 있다. 특히 이곳에는 주민들이 당제를 지내는 독특한 모양의 부채바위가 눈길을 끈다. 커다란 화강암 바위를 가는 규장암이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 길영우 전남대 교수(지질학)는 “화강암을 나중에 규장암 암맥이 뚫고 들어왔는데, 석영 성분이 많아 더 강한 규장암이 침식에 잘 견뎌, 가는 목으로 부채바위를 지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성(강원도)/조홍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