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그물코도 세 빠져나가는’ 영물 잉어

등록 2017-05-17 09:54수정 2017-05-17 10:55

벚꽃 한창일 무렵 철퍼덕철퍼덕

옛 계양천은 물 반 고기 반

큰 강 거슬러 하천에서 짝짓기

암컷 한 마리에 수컷 여러 마리

오래전부터 약용이나 보신용으로

낚시 걸려도 기막힌 재주로 바늘 빼

벚꽃의 봄 향연은 진하지만 허무할 만큼 짧다. 겨우 일주일 남짓, 비라도 내리면 그 기간은 더 단축된다. 모든 생명체는 하루하루 새롭게 생성된다. 과거가 그대로 복사되는 일은 없다. 살아 있는 우리는 시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고 있을 뿐이다.

벚꽃이 만개할 무렵이면 강가에서 철퍼덕철퍼덕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큰 강을 거슬러 하천으로 들어온 잉어들의 짝짓기가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암컷 잉어 한 마리에 여러 마리의 수컷이 달라붙어 짝짓기 싸움이 필사적으로 펼쳐진다. 물속에는 봄이 늦다. 겨우내 둔해졌던 몸이 활력을 얻으려면 수온이 18~22℃가 되는 4월 중순께가 돼야 한다.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와 때를 맞추어 잉어의 짝짓기가 시작된다.

1970년대 경기도 김포시 한강 하구는 지방하천 16개와 지천 56개가 있어 봄철이면 많은 물고기가 산란을 위해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어린 물고기가 성장하는 터전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계양천을 둘러보았다. 옛날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지만 물길만 살아남아 산란을 하는 잉어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암컷 잉어 한 마리에 수컷 여러 마리가 달라붙어 따라다닌다. 암컷이 물 가장자리 수초에 머물며 알을 낳으면 수컷들은 먼저 방사를 하려고 난리를 친다. 짝짓기 방사 싸움이 필사적으로 펼쳐진다. 계양천은 오염되기 전 ‘물 반 고기 반’이던 민물고기의 천국이었다. 이젠 옛 기억이 스쳐 갈 뿐이다.

잉어는 오래전부터 식용이나 약용, 특히 보양식으로 많이 먹었다. 장마 때 황톳물을 따라 지천으로 올라온 잉어를 잡기 위해 촘촘한 그물 촉고를 치기도 하고 물줄기의 모양을 보고 잉어를 추적하여 잉어가 지나가는 방향 앞쪽에다 투망을 던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잉어가 만만한 물고기는 아니다. 재빠르고 영리한 잉어는 보란 듯이 빠져나가곤 했다. 촉고는 이중 삼중으로 쳐 놓아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지만 그물을 보고 뛰어넘거나 피해 가는 것이 잉어다. 얼마나 영리하면 그물코를 센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기야 낚시에 걸려도 물속 기둥을 휘감아 잡아채 바늘을 빼고 도망간다.

그래서 잉어를 영물이라 하는가 보다. 요즘에는 장수하는 잉어의 생리 현상을 규명해 사람의 노화를 막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얕은 개울을 거슬러 올라 등을 다 내놓고 산란 행동에 몰두하는 잉어의 모습에서 생명의 역동성을 본다.

윤순영/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 필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속보] ‘윤석열 체포’ 경찰에 넘긴 공수처 “수사는 우리가” 1.

[속보] ‘윤석열 체포’ 경찰에 넘긴 공수처 “수사는 우리가”

공수처 “경호처 방해 예상 못해…200명 스크럼 어떻게 뚫겠냐” 2.

공수처 “경호처 방해 예상 못해…200명 스크럼 어떻게 뚫겠냐”

폭설 버틴 시민들 공수처에 분노 “영장 들고 단 한 번 체포 시도라니” 3.

폭설 버틴 시민들 공수처에 분노 “영장 들고 단 한 번 체포 시도라니”

공수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경찰에 넘겨 4.

공수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경찰에 넘겨

서부지법, 명태균 관련 ‘윤 부부 휴대폰 증거보전’ 청구 기각 5.

서부지법, 명태균 관련 ‘윤 부부 휴대폰 증거보전’ 청구 기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