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에코아일랜드’(생태섬) 만들기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경남 통영의 연대도에는 150㎾의 태양광발전 시설이 설치돼 있다. 통영/<한겨레21>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제민주화를 이끄는 녹색정책’ 토론회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전환
주민들에게 이익 돌아가도록 호주 탄소세 도입뒤 1년간
재생에너지 사용 30% 늘어 에너지원별 과세 달라
불합리한 세제부터 고쳐야 독일과 덴마크 등 선진복지국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지구 자원도 살리는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런 ‘생태형’ 에너지 정책은 자본의 이익 독점을 막는 경제민주화의 요체이기도 하다. 이에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생태환경특별위원회(위원장 우희종 서울대 교수)가 공동으로 지난 18일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서울대 홍종호 교수의 사회로 ‘경제민주화를 이끄는 녹색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가 시작될 무렵 폭우가 쏟아지는 등 궂은 날씨 탓에 청중은 적었지만 흥미로운 주제만큼이나 관심은 뜨거웠다.
에너지 정책 전환
서울대 윤순진 교수(환경대학원)는 ‘경제민주화를 이끄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재생 가능한 에너지 체제로 전환해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에너지 분야의 경제민주화”라고 강조했다. 화석 연료가 에너지원인 경성 에너지 체제에서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연성 에너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경성 에너지 체제는 공급 지향적이고 대용량 지향적이며 중앙 집중적이고 거대자본과 거대기술 중심적이라 폐쇄적이고 반환경적이다. 반면 연성 에너지 체제는 수요 지향적이고 지역 분산적이라 친환경성과 에너지 효율 향상에 관심을 둔다”고 발표했다. 지정토론자인 조영탁 한밭대 교수(경제학)는 “재생 에너지가 늘어나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풍력발전소는 환경 훼손과 소음 문제로 주민들과의 마찰을 해소해야 하고, 태양광은 기술 향상이 빨리 이뤄져 발전 효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실내온도 규제와 관련한 논의도 이어졌다.
윤 교수는 “실내온도 규제는 대증적이고 임시적인 조처”라며 “전력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전기요금을 더 받는 ‘피크요금제’를 시행하면 수요가 많은 시간을 피해 쓰거나 효율 향상을 위한 기술개선에 관심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피크요금제’에 대해 “시행상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계절이나 시간에 따라 요금을 달리하는 ‘계시별 요금제’로 흡수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소세 도입 논란
강남훈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생태세와 기본소득제 도입의 경제효과’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탄소세 도입을 주장했다. 탄소세는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이다. 강 교수는 “호주에서 단 한명의 녹색당 후보가 줄리아 길라드 노동당 정권을 설득해 탄소세 도입에 성공했다. 탄소세 때문에 물가가 오르고 가계소득이 감소한다는 대기업의 역공으로 지난 6월 길라드 총리가 사퇴하고 탄소세는 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호주의 지난 1년간 탄소 배출량은 7% 감소했고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30%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조영탁 교수는 “탄소세 도입에는 동의하지만 석탄이나 원전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유류나 가스에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기존의 불합리한 세제구조를 고치지 않은 채 탄소세를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생태기본소득 논쟁
강남훈 교수는 생태 파괴 요인에 세금을 부과하는 생태세 도입을 제안하면서 이에 따른 국민 저항을 줄이기 위해 생태세로 걷어들인 세금을 재분배하는 생태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했다. 강 교수는 “생태세는 부가가치세 방식으로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제품에 부과하면 될 것”이라며 “생태세와 기본소득을 결합시키는 생태기본소득 정책은 생태적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소득분배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생태세 27조7000억원을 부과하고 기본소득을 국민 1인당 4만원씩 지급하면서 무상 대중교통을 실시하는 정책은 전체 가구의 76%를 실질소득이 증가하는 순수혜자로 만든다”며 “사람들이 (국민투표를 통해) 합리적으로 투표한다면 생태기본소득은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지정토론자인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는 “생태세를 걷어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과세 대상의 모호함을 지적했다. 그는 “세금은 과세 대상이 정해져야 과세 지표와 세율이 정해지고 전체 세금 구조가 나오는 것인데, 생태세는 어떻게 징수가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데 똑같이 생태세를 징수해 다시 4만원씩 지급하는 방식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강남훈 교수는 과감한 정책 도입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위험성에서 보듯 근본적으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생태세를 부과해 핵 의존도를 줄이고 대체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동훈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cano@hani.co.kr
주민참여와 이익공유의 원칙 필요
에너지 정책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효율을 높이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지역 분산적인 방법으로 주민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에너지 분야의 경제민주화이다.
전세계의 에너지 사용은 2010년 현재 화석 연료가 81.1%에 이르고, 원자력 에너지가 5.6%를 차지한다. 반면 재생 가능 에너지의 비율은 13.2%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독일은 이미 2011년부터 재생 가능 에너지와 핵발전 생산 전력량이 교차점을 지나 재생 가능 에너지 생산 전력이 더 많다.
우리나라는 소득 대비 에너지 소비가 과다하며 에너지를 심각할 정도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보다 구매력 지수로 본 국민소득이 더 높은 7개 주요 선진국을 비교해 보니,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이 가장 낮지만, 1인당 전력소비량은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다음으로 3위였다. 2024년에는 미국의 전력 소비량을 앞지를 것으로 예측됐다.
또 핵발전 비중이 높은 반면 수요 관리가 미흡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 비중이 낮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핵발전 시설용량과 수로 5위이며, 밀집도로는 1위다. 그런데도 현재 23기의 핵발전소를 2024년까지 34기로 늘릴 계획이다.
우리나라에는 ‘수요조정지원금’ 제도가 있어서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시간대에 평균 전력량의 20% 이상, 또는 하루 3000㎾ 이상 절감하는 대규모 소비자에게는 현금으로 지원금을 준다. 그런데 이 지원금의 대부분을 대기업이 가져간다. 지난해에만 4000억원가량을 지급했다. 이 지원금을 재생 가능 에너지에 투자했다면 일시적인 수요 저감을 넘어 지속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부하 관리’라는 수요관리 방식과 실내온도에 대한 직접규제로 에너지 소비를 절감시키는 방법은 문제가 많다. 고통은 소비자나 노동자가 감내하고, 이익은 업체나 기업이 가져가는 것은 옳지 않다. 서비스 요금 인하 등 실내온도 제한에 따른 이익을 불편을 감내한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 재생 가능 에너지는 시민이 주체가 되어 소규모로, 분산적으로, 민주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주민 참여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확대하는 것이 좋다. 또 발전소에서 멀수록 전력 요금을 많이 받는 차등 요금제를 실시해야 자신의 지역에 친환경적인 발전소를 짓는 데 좀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생태세 부과해 기본소득으로 재분배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못지않게 위험하다. 생태세를 과감하게 부과해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의존을 줄이면서 대체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경우 단 한명의 진보 후보가 생태세 도입에 성공했다. 2010년 선거에서 줄리아 길라드가 이끄는 노동당과 보수당연합(자유당·국민당)이 하원에서 똑같이 72석씩 얻었다. 그리고 녹색당 1명과 무소속 5명이 당선됐다. 녹색당 의원은 무소속 의원 3명을 설득해 탄소세를 적용하는 조건으로 연립정부로 들어가자고 했고, 노동당이 그 제안을 받아들여 고율의 탄소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반대가 거셌다. 정부가 “오존 구멍이 바로 위에 뚫려 있다”고 홍보하면 대기업들은 “미국이 줄여야지 호주가 줄인다고 구멍이 막히진 않는다”고 받아쳤다. 여론도 좋지 않았다. 길라드 총리는 표결을 강행해 탄소세 법안이 통과됐다. 국민 여론은 악화됐고, 노동당 지지율은 뚝 떨어졌다. 결국 지난 6월 길라드 총리는 사퇴했고, 탄소세는 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호주의 탄소 배출량은 7% 감소했고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30%나 늘어났다.
호주의 탄소세는 세금 부과에 대한 국민 저항을 줄이기 위해 걷어들인 세금을 소득세 공제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돌려줬다. 그러나 물가 인상은 체감하지만 1년에 한번 되돌려주는 소득세 공제 방식으로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소득세 공제 방식보다 생태기본소득 방식이 바람직하다.
생태기본소득이란 생태세로 걷어들인 조세를 기본소득으로 재분배하는 정책이다. 생태세는 주로 발생(원자재)에 대해 부과하거나 소비에 대해 부과하는 방법도 있지만 저는 부가가치세 방식을 주장한다. 행정비용은 상당히 많이 들겠지만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다. 생태세를 부과할 때 소비에 부과하는 것은 물건에 들어간 생태적인 부담만큼 부과하는 것이기에 좀더 생태적으로 친화적이다. 생태기본소득을 너무 급진적인 복지개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 후보는 “노인 1인당 20만원씩 주겠다”는 이른바 ‘킬러 공약’으로 당선됐다. 결과적으로 지키지 않고 있지만 야당과 진보진영은 이처럼 과감한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을 반성해야 한다. 호주에서는 단 한명의 의원이 만들어냈는데, 우리도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
주민들에게 이익 돌아가도록 호주 탄소세 도입뒤 1년간
재생에너지 사용 30% 늘어 에너지원별 과세 달라
불합리한 세제부터 고쳐야 독일과 덴마크 등 선진복지국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지구 자원도 살리는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런 ‘생태형’ 에너지 정책은 자본의 이익 독점을 막는 경제민주화의 요체이기도 하다. 이에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생태환경특별위원회(위원장 우희종 서울대 교수)가 공동으로 지난 18일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서울대 홍종호 교수의 사회로 ‘경제민주화를 이끄는 녹색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가 시작될 무렵 폭우가 쏟아지는 등 궂은 날씨 탓에 청중은 적었지만 흥미로운 주제만큼이나 관심은 뜨거웠다.
지난 18일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생태환경특별위원회가 공동으로 연 ‘경제민주화를 이끄는 녹색정책’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가한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강남훈 한신대 교수,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홍종호 서울대 교수, 조영탁 한밭대 교수,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
주민참여와 이익공유의 원칙 필요
윤순진 서울대 교수
생태세 부과해 기본소득으로 재분배
강남훈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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