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퇴출’ 논의 후퇴 우려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주최국인 아제르바이잔이 향후 10년 동안 화석연료 생산량을 약 33% 늘릴 계획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화석연료 기업에 25년 간 종사한 무크타르 바바예프(56) 생태 및 천연자원부 장관이 총회 의장까지 맡게되면서 ‘화석연료 퇴출’ 관련 논의가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제르바이잔의 연간 가스 생산량이 올해 약 370억㎥에서 2033년 490억㎥로 증가할 것이라고 가디언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영국의 국제 자원개발감시단체 ‘글로벌 위트니스’가 국제적 에너지 분석 회사인 ‘라이스타드 에너지’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보면, 아제르바이잔은 향후 10년 동안 총 4110억㎥에 달하는 가스를 추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영국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2022년 3억2300만톤)의 2배가 넘는 7억8100만톤에 이른다.
앞서 전 세계는 지난해 12월 제28차 당사국총회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결정적인 시기인 10년(2021~2030년) 안에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는 내용에 합의한 바 있다.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선 향후 10년 간 화석연료 생산량을 줄이는 게 필수적인데, 제29차 당사국총회 의장국이 도리어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지난 4일 바바예프 장관을 제29차 당사국총회 의장으로 지명한 바 있다. 그는 국영 석유 및 가스 회사인 ‘소카르’에서 근무했고, 2018년 장관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 최고 경영자를 겸임하는 아흐마드 자비르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 제28차 당사국총회 의장인 된 데 이어 올해도 화석연료 기업 임원 출신이 당사국총회를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도미니크 이글턴 글로벌 위트니스 캠페이너는 “기후 붕괴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석유 메이저들의 지원을 받으며 가스 생산량을 크게 늘리고 있는 아제르바이잔의 손에 미래를 맡기는 요청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