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0일 오전 4시 55분께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점(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이원길 통보관이 지진 관련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경주시 동남쪽 지역에서 30일 오전 4시55분께 규모 4.0 지진(진원 깊이 12㎞)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올해 발생한 지진 가운데 5월15일 강원 동해서 북동쪽 52㎞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5 지진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다. 육상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만 따지면 올해 가장 규모가 크다. 특히 경주 월성원전과 가까운 거리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원전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원전 지역에서는 노후 원전에 대한 수명연장 추진부터 중단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2016년 9월 경주에서 계기 관측 이래 역대 최대 규모(5.8)였던 지진이 일어났지만, 이번 지진은 진앙지와 월성원전 사이의 거리가 10.1㎞로 훨씬 가까워 우려를 키우고 있다. 2016년 지진 당시 월성원전과 진앙지의 거리는 27㎞ 정도였다.
원자력위원회는 일단 이번 지진이 원전의 안전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월성원전의 지진계측값이 0.0421g였다. 설계지진값인 0.2g에 모자라는 수치다. 월성원전의 설계지진값은 중력으로 생기는 가속도의 0.2배로 흔들려도 견딜 수 있다는 뜻으로 규모 6.5 지진 수준이다. 현장 안전점검에서도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 원전 인근에서 설계지진값을 넘는 규모 6.5 이상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가 올해 초 공개한 한반도 동남권(경남·북, 부산, 울산) 단층조사 결과를 보면, 이 권역에는 규모 6.5 이상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이 14개 있다. 이 가운데 5개는 규모와 원전과의 거리 등을 고려할 때 원전 설계에 반영해야 하는 ‘설계고려단층’이다. 동남권 해안에 밀집한 16개 원전 가운데 규모 6.5 이상의 내진 설계기준값(0.3g)을 가진 원전은 비교적 최근 지어진 신고리 3~6호기뿐이다.
노후원전 수명 연장에 반대하는 주민 단체인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성명을 내 “월성원전은 부실한 지질 조사에 근거해 건설되었고 내진 설계도 매우 미흡해 오늘 지진이 사고의 불안감을 다시 키우고 있다”며 “정부는 위험한 활성단층에 둘러싸인 월성원전 2·3·4호기에 대한 폐로 절차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5시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지진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으나 오전 11시 기준 접수된 피해신고는 없다고 밝혔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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