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벽 4시55분 지진 발생 지점. 기상청 누리집 갈무리
30일 오전 4시55분께 기상청이 보낸 긴급재난문자에 많은 국민이 놀랐을 것이다. 곧바로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4.0 지진이 경남북 일대에 진도 3을 넘는 진동을 일으켰다. 건축물 붕괴 등 피해는 없었지만, 많은 이들이 2016년 경주 지진의 아찔했던 기억을 떠올렸다고 한다.
지진이 다시 잦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에선 11월30일까지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99차례 일어났다. 기상청 집계가 있는 1978년 이후 4번째로 많다. 우리나라에서 지진 발생은 1990년 후반 들어 연간 30차례 이상으로 잦아지기 시작해 2016년(252차례)~2018년(115차례) 3년 동안 폭증한 바 있다. 2019년부터는 68~88차례로 조금 줄었는데 올해 다시 100차례를 넘길 게 확실하다. 규모 3.0 이상의 큰 지진도 그만큼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번 큰 지진이 경주에서 일어난 것은 더 주목해야 한다. 경주는 2016년 9월12일 저녁 역대 최대인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난 곳이다. 역대 두번째로 큰 규모 5.4의 지진은 이듬해 11월 가까운 포항에서 일어났다. 또 울산에서는 경주 지진이 일어나기 두달여 전 규모 5.0의 지진이 일어났다.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모두 국내 원자력발전소 최대 밀집지역 가까이에서 일어난 것이다.
경주 지진을 계기로 행정안전부가 2017년부터 5년간 연구용역을 맡겨 조사한 결과, 고리·월성 원전 인근에 ‘설계고려단층’이 5개가 있음을 발견했다는 자료를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3월 공개한 바 있다. ‘원전 반경 32㎞ 안에 길이 1.6㎞ 이상의 활성단층’이 발견됐는데, 전에는 원전 설계에 이 활성단층의 존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국사기’에는 779년 3월 경주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집이 무너져 100명 넘게 사망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지진은 주기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울진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재개했고, 신규 원전을 더 지을 계획이다. 기존 원전에 대한 내진 보강에 빈틈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 지진 빈발 지대에 원전을 더 지어도 괜찮은지 지역주민과 함께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 지진 피해는 원전에만 미치는 게 아니다. 내진설계가 제대로 안 된 수많은 기존 건축물의 안전을 보강할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큰 지진이 자꾸 발생하는 것에 이제 ‘제대로 놀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