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빨대 제조업체 대표들이 지난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앞에서 집회를 열어 플라스틱 사용 규제의 계도기간 무기한 연기 철회와 국내 종이 빨대 제조·판매 업체 생존권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꾸 오해하시는데 종이빨대를 쓰지 말라고 종용하는 게 아니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해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열린 ‘친환경제품 생산 소상공인 피해 경청 간담회’. 지난 7일 발표된 일회용품 규제 철회·완화 조처에 대해 조현수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이 이렇게 ‘해명’에 나섰다.
“지난 계도기간 중에 제도 안착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가장 큰 문제가 소상공인과 소비자와의 갈등이었다”며 “(소상공인들이 소비자의 요구로)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했을 때, 이분들을 처벌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되어 제도를 유예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조 국장은 “일회용품을 줄이겠다는 환경부의 의지는 달라진 게 없고, (친환경물품 생산 업체의) 수요 안정화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현장에선 반박이 터져나왔다.
“당장 다음달에 회사 운영을 못 하는 곳이 몇 군데나 있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종이빨대 제조업체 ‘민영제지’의 정진호 대표는 “‘규제는 유지하되 처벌은 하지 않겠다’는 그 말씀으로 시장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냐. 그런 방안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 7일 환경부가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 금지 계도 기간 종료를 보름정도 앞두고 정책을 변경해 친환경 제품을 생산해온 중소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처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마련된 자리다.
간담회에 참여한 종이빨대 및 다회용컵 업계 관계자들은 예정대로라면 24일 시행 예정이었던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맞춰 생산량을 증대하고 설비 투자를 진행했는데, 제도 변경으로 시장이 붕괴하게 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종이빨대 제조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종이빨대가 플라스틱 빨대의 10분의 1 수준으로 쓰였으니, 24일에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전면 시행되고 나면 지금보다 10배 이상의 매출이 일어난다고 보고 투자를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 철회로 종이빨대 업체들이 떠안게 된 1억4천만개의 재고 물량은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을 시행하겠다며) 암암리에 발주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일회용품 사용 규제 계도 기간 무기한 연장 철회를 촉구하고 정부의 정책 변경에 따라 피해를 입게 된 만큼 정부가 긴급자금 지원, 재고 판로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환경부라는 이름을 붙일 자격이 없다”며 이들 목소리에 동조했다. 우 의원은 “일회용품을 쓰지 말자는 건, 더 홍보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리 국민들이, 아이들까지 다 알고 있는 일”이라며 “국민들은 이미 불편을 감내할 준비가 돼 있는데, 환경부가 사고를 쳤다”고 비판했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열린 ‘친환경제품 생산 소상공인 피해 경청 간담회’가 열렸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비판이 거세지자 환경부는 조만간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기간 종료 시점을 발표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조 국장은 이 자리에서 “계도기간(종료일)이 언제가 될지에 대해서 내부 논의 중”이라며 “24일 업계와 환경부의 추가 간담회 전까지는 (계도 기간을 언제까지 유지할 지) 답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