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도기간 종료(23일)를 보름가량 앞두고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등에서의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단속이 사실상 무기한 유예되면서 종이 빨대 제조회사가 수천만 개에 이르는 재고 판로를 잃은데다 반품 신청도 잇따른다고 호소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종이 빨대 제조회사 대표 ㄱ씨는 9일 저녁 문화방송(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이같이 말했다. 2019년 8억원을 들여 기계를 마련해 종이 빨대를 만들어 왔다는 ㄱ씨는 계도기간이 끝나면 주문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직원을 더 뽑고 원자재도 더 구입했다고 한다. ㄱ씨는 현재 재고가 2천만개 정도라고 밝혔다.
앞서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 증가에 따른 자원 낭비와 환경 피해를 줄이고자 지난해 11월24일부터 음식점·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매장 안의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를 비롯해, 편의점과 165㎡ 미만 슈퍼마켓 등의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기로 하고, 이를 어겨도 1년 동안은 과태료(300만원)를 부과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뒀다. 그런데 계도기간 종료(23일)를 보름가량 앞둔 7일 환경부는 매장 안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를 철회하고 플라스틱 빨대의 계도기간 종료 시점은 유엔 플라스틱 협약 등 국제 동향과 대체품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소상공인 표심을 의식해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 정책’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계도기간이 사실상 무기한 연장되면서 2천만 개에 이르는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 지를 두고 ㄱ씨는 “아무 방안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기존에 들어왔던 거래선들도 다 취소한 상황이고, 인터넷으로 판매했던 빨대들도 취소가 돼서 반품이 들어오고 있다”며 “해외 바이어들과도 이야기 해봤는데 ‘한국에서도 종이 빨대를 안 쓰는데 해외에는 왜 팔려고 하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ㄱ씨는 담당자를 만나러 세종시에 위치한 환경부 청사를 무작정 찾아갔다고 한다. ㄱ씨는 “환경부에서 하는 이야기는 (종이 빨대) 제조회사 생각을 아예 못해서 미안하다, 지금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은 아직까지는 없다는 말만 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ㄱ씨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규제를 무기한 유예시켰기 때문에 우리 같은 공장에서 가지고 있는 재고라든지 기계, 원자재 정도만이라도 정부에서 보상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7일 브리핑에서 “미리 준비해 주신 분들한테는 송구스럽다”며 “정부가 최대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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