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정씨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카페에 종이 빨대가 비치돼 있다. 고나린 기자
“플라스틱 빨대는 안 쓸 겁니다. 환경을 생각해야죠”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2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윤검(35)씨가 지난 16일 매장 안에 쌓여있는 종이 빨대 뭉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카페 매장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완화했지만, 이씨는 “환경보호가 우선”이라며 이전처럼 친환경 용품을 계속해서 쓸 생각이다. 이씨는 “종이 빨대 재고가 소진되면 생분해성 친환경 빨대로 갈아탈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7일 정부 방침에 따라, 카페 매장 안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다가 적발돼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 ‘계도기간’이 무기한 연장됐다. 종이컵은 아예 사용제한 일회용품 품목에서 제외됐다. 예정대로라면 24일부터 계도기간이 끝나 단속이 강화돼야 하는데, 반대로 일회용품 사용을 사실상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완화된 것이다.
하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멀리하겠다는 카페 업주들도 등장하고 있다. 종로구 인사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구수정(57)씨도 1년전 환경부의 규제로 종이빨대를 쓰기 시작했지만, 플라스틱으로 되돌아갈 생각이 없다. 그는 “샌드위치 포장지도 환경을 생각해 일부러 종이를 쓴다. 친환경 제품의 가격이 비싸더라도 환경을 위해 감수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계속 환경에 영향이 덜 가도록 매장을 운영하려 한다”고 했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도 자발적인 카페 업주들의 이런 움직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아무개(25)씨는 “정부의 이번 정책 변화가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환경을 중요시하는 카페들이 늘어나고 있어 너무 좋다”며 “정부 정책으로 인해 종이빨대가 사라지면 어쩔 수 없이 빨대를 써야 하겠지만, 최대한 안 쓰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송윤정(24)씨도 “뚜껑이 있는 용기는 빨대를 쓰지 않고 입을 대고 마실 것”이라며 “영세한 카페들이 굳이 더 비용이 많은 쪽을 택해 환경 보호를 위해 힘쓰는 것에 응원을 보낸다”고 했다.
시민들의 의식변화를 정부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청동에서 카페를 하는 이아무개씨는 “규제기간 동안 오히려 손님들의 인식도 많이 변했다”며 “손님들이 매장에서 머그컵을 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일회용품을 달라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규제를 완화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잘하는 카페들도 많은데 (정부 정책 변화가) 갑작스럽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규제 완화 여부와 상관 없이 종이 빨대를 계속해서 사용할 예정이다.
다만 다수의 업주는 환경보호 필요성에 공감하나 ‘비용절감’을 위해 어쩔수 없이 플라스틱 빨대로 되돌아가는 모습이다. 500개 묶음 플라스틱 빨대의 가격(6000원)은 생분해성 빨대(14000원)나 종이 빨대(13000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실제로 종로구 일대 카페 23곳 중 지속해서 친환경 빨대를 사용하겠다고 한겨레에 밝힌 곳은 3곳에 불과했다. 카페 업주인 임성민(34)씨는 “가격 차이가 커서 생분해성 빨대의 재고가 소진되면 플라스틱 빨대로 돌아갈 것”이라며 “그래도 규제완화와 상관 없이 종이컵은 안 쓰려고 한다. 일회용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고나린 기자
me@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