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후행동은 13일 국내 첫 기후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3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에 빠른 판결을 촉구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후 소송이 제기된 지 3년을 맞아 소송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헌법재판소에 빠른 판결을 촉구했다. 국내외 법조인 200여명도 이들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청소년기후행동은 13일 서울 종로구 포레스트구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 대응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전향적인 판결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2020년 3월 헌재에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국내 첫 기후위기 헌법소원을 청구한 이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헌재에 국내외 법조인 215명의 지지 서명을 전달했다. 기후 헌법소원에 대해 법조인들이 지지를 표명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소송을 제기했던 이들은 헌재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소원 청구 당시 중학교 3학년에서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오민서(18)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지난 3년간 ‘역대급’ 폭우에 사람이 죽고 최악의 가뭄으로 소양강 댐이 말라가는 걸 보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두려움은 더 실체화됐는데, 정치나 법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지 않다”며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기후 소송에 참여했지만 마음속에 무력감이 계속 쌓였다”고 토로했다. 김서경(22)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해결을 위한 노력은 없는 모습”이라며 “정부는 의지가 없어 보이고, 매달릴 곳은 헌재만 남았다. 아직 할 수 있는 게 남아있을 때 헌재가 역할을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13일 청소년기후행동이 기후 헌법소원 청구 3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포레스트구구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헌법소원 청구인인 윤현정(19)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 제공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구인 19명은 지난 2020년 3월13일 ‘법과 시행령에 규정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후변화로부터 청구인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보호하기에 크게 부족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후 현재까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제기된 기후 소송은 4건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 3년간 헌법재판소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헌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윤세종 플랜1.5 변호사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황에서도 정부와 의회의 대응이 미진하다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한 헌법적 판단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우리의 기후 대응은 객관적, 과학적으로 아주 부족하고 이를 결정한 사람은 사회적 다수다. 그 결과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소수자와 미래세대가 기본권을 침해받게 된다면 헌재가 판결을 내려야 한다”며 “이는 헌재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병주 디라이트 변호사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는 사법이 국민과 청소년을 살리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기후 소송의 흐름 가운데 한국에서 유의미한 판단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 세계 기후 소송을 지원하는 네덜란드 기반 비영리단체 ‘기후소송네트워크’의 공동 대표인 루시 맥스웰 변호사는 이날 영상을 통해 “한국의 청소년 기후 소송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제기된 첫 기후 소송으로, 기후위기와 관련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에 맞선 싸움에서 낭비할 시간은 없다”며 “다른 나라의 지역사회는 물론 법원들까지도 한국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 정경대 그래덤 기후변화와 환경연구소 자료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지난 8년간 전 세계 총 44개국에서 약 1200건의 기후 소송이 제기됐다. 네덜란드와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콜롬비아, 네팔 등에서는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사법부 판결이 나왔다.
한편,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10일간 진행된 기후 소송 지지 서명에는 국내 법조인 184명과 국외 법조인 31명이 참여했다. 윤세종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상징적인 소송이 아니라 이길 수 있고, 이겨야 하는 소송”이라며 “지금이 아니면 해결할 기회가 없다. 헌재의 조속한 판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