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폭설이 내린 일본 니가타현 나가오카시에서 차량 한 대가 눈으로 덮여 있다. 교도통신 연합뉴스
A.따뜻한 공기가 차가운 공기보다 더 많은 수분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폭설과 혹한이 지난 25일을 전후해 북반구를 덮치면서 ‘크리스마스 악몽’을 불러왔어요.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 오전(현지시각)에 폭설과 한파로 180만 가구가 정전됐어요. 일본에서도 17일부터 최대 171㎝ 내린 폭설로 25일까지 14명이 사망하고 34명이 중상을 입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어요. 대규모 정전, 통신장애 등의 피해도 있었어요. 한국에서도 미국과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호남지방에 적설량 40~60㎝에 이르는 폭설이 쏟아졌죠. 올해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평년에는 온화한 기후를 보인 텍사스를 비롯한 미국 중남부에 폭설과 한파가 불어닥쳤고, 스페인 마드리드의 적설량은 50㎝로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어요. 일본에도 2m의 폭설이 내렸죠.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이처럼 폭설과 혹한이 더 심해지고 있는 셈이에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도 지난해 펴낸 6차 평가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 과거와 현재 기후에서는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복합적인 극한 현상이 더욱 빈번해지고, 전례 없을 정도로 강한 극한 현상의 발생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어요.
그럼 지구는 더 뜨거워지고 있는데, 차가운 폭설은 더 심해지는 이유는 뭘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우선, 따뜻한 공기는 차가운 공기보다 수분을 더 많이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공기는 온도가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약 7%의 수증기를 더 보유할 수 있다는 게 과학적 계산 결과예요.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대기가 눈을 내릴 수 있는 수증기를 더 많이 머금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이번 크리스마스의 악몽과 같은 폭설이 가능해지는 거죠.
다음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바다의 수온 상승도 중요한 역할을 해요. 지난 1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적설량 61㎝에 달하는 폭설이 내렸는데요. 이에 대해 마이클 롤린스 매사추세츠주립대학교 기후시스템연구센터 부소장은 비영리 연구물 게시 누리집인 <대화>에서 “보스턴을 눈 아래 파묻은 역사적인 눈보라는 평소보다 따뜻한 서부 대서양의 바닷물에 의해 ‘연료’가 공급”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어요. 지구온난화로 데워진 바닷물이 대기에 수증기를 연료로 공급해 폭설이 내렸다는 거예요. 여기서 잠깐! 바다의 수증기를 연료로 삼았다는 말을 들으니, 지난 여름이 생각나네요. 당시 한반도에 큰 피해를 남긴 태풍 힌남노와 난마돌은 해상에서 발생해 뜨거운 바다에서 증발되는 수증기를 연료 삼아 세력을 키웠었죠. 롤린스 부소장은 “화석연료를 태움으로써 증가하는 온실가스 때문에 발생하는 추가적인 열의 90% 이상을 바다는 흡수해왔다”며 “바다는 60년 전 측정이 시작된 이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열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데워진 바다는 겨울에는 폭설, 여름에는 태풍의 강도를 더욱 강화시켜 우리에게 더 큰 피해를 주는 괴물로 돌변하게 됩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북극 온난화의 영향도 있습니다. 북극 온난화로 성층권에서 차가운 공기를 감싸고 회전하는 ‘극 소용돌이’가 느슨해지게 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찬 공기가 북미와 아시아 등 북반구 지역으로 남하면서 폭설과 혹한의 빈도와 강도를 높이게 돼요. 이번 겨울과 지난해의 폭설·한파 배경에는 이런 북극 온난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부르는 온실가스에 대한 전지구적 감축 노력이 더욱 가속화될 필요성이 사뭇 절실하게 느껴지는 이번 겨울입니다.
기후변화 ‘쫌’ 아는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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