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실천은 채식 위주의 식단과 음식쓰레기 줄이기이다. 박미향 기자
A. ‘에너지=온실가스’라고 생각해 보세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개인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어요. 바로 전기, 가스 같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거예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최우선 순위로 꼽혀요. 지구 온도를 높여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이 에너지 소비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예요. 물론 온실가스는 산업 공정에서도 나오고, 농업이나 폐기물 처리 과정 등에서 배출돼요. 하지만 가장 많은 부분은 역시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오지요. 햇빛이나 바람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여기서 당연히 예외고요.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것을 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배출한 것으로 잠정 집계된 온실가스 배출량 6억7960만톤의 약 87%인 5억9060만톤이 에너지에서 나왔답니다. 이 정도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는 ‘에너지=온실가스’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에너지=온실가스’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조금 더 들어가보면, 온실가스는 석탄과 석유, 가스 같은 화석에너지가 철강이나 시멘트, 석유화학 등의 산업체에서 사용될 때 많이 배출돼요. 수송 수단의 연료로 쓰이면서도 많이 나오고요.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에너지 분야에서 온실가스를 배출 으뜸은 발전 부문입니다.
국내 온실가스 3분의1, 전기 만드는 과정서 나와요
지난해 발전시설에서 전기(열 포함)를 생산하며 배출한 온실가스는 모두 2억2200만톤으로 잠정 집계됐어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1이 전기를 만드느라 배출된 거예요. 그 이유는 뭘까요. 발전량의 약 3분의 2를 석탄이나 천연가스 같이 연소할 때 온실가스를 내뿜는 화석연료를 태워 만들었기 때문이예요. 그 나머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우라늄 핵분열이나 연료가 아예 안 들어가는 수력이나 햇빛, 바람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것이고요.
합치면 3분의 1 정도 되는 비화석연료로 만든 전기도 일단 송전망에 연결되면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와 바로 뒤섞여버려요.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쓰고 싶다고 해도 우리가 마음대로 골라 쓰기가 애당초 불가능한거죠. 산업체나 상업시설 가운데는 정상 요금에 프리미엄을 더한 요금을 내는 ‘
녹색 요금제’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기를 쓰는 곳도 있기는 해요. 하지만 녹색 요금제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썼다고 ‘공식 인정해 주는’ 것일 뿐이예요. 녹색 요금을 내고 쓰는 전기에도 화석연료로 만든 전기는 똑같이 섞여 있죠.
정리해보면요. 화석에너지는 온실가스 덩어리이고, 전기의 대부분은 화석에너지인 셈이예요. 이게 바로 우리가 전기 사용을 줄여야하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요. 여기서 잠깐! 화석에너지 대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여가는 것이 덜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예요. 다만, 아무래도 우리가 당장 할 수 있고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론 전기를 덜 쓰는 실천만한 게 없다는 얘기입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이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여 소비를 줄이는 것을 손이 쉽게 닿는 ‘낮은 가지에 달린 과일’이라거나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의 첫 번째 연료’라고 표현하는 이유지요. 재생에너지가 친환경적이지만 어디든 온실가스를 배출해 만든 설비를 세워야 하니 일정 정도 환경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돼요. 그러니 친환경적 에너지로 말 하자면 안 쓰고 남긴 에너지를 따라 올 것이 없지요.
인천광역시 서구 한국서부발전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 지난해 국내에서 쓴 전기의 약 3분의2는 석탄과 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만들어졌다. 연합뉴스
온실가스 감축 공짜론 안 돼요…누군가는 비용 치러야죠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전기 소비를 줄이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죠. 냉방 온도를 조금 올리는 것이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 쉽지 않죠.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잖아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도 마찬가지예요. 돈이든, 불편이든 누군가 어떤 형태로든 비용을 치러야만 가능해요.
사실 마음만 먹는다면 생활 속에서 에너지 소비, 즉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많아요. 에너지는 전기 콘센트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마시는 물과 먹는 음식에서부터 입는 옷, 각종 생활용품에도 모두 숨어 있어요. 에너지를 사용해 만들어지고 공급되는 모든 물건과 서비스를 아껴 쓰고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과 연결됩니다.
결국 알뜰하게 사는 것이 생활비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니 조금 신경 써서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게 아낀 돈을 모아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항공기를 타고 해외 여행을 떠난다면 지구 전체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여행을 떠나는 것이 불편하다면 항공 여행으로 배출한 온실가스를 탄소 배출권 구매 등을 통해
상쇄하는 프로그램을 찾아 이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국내에도 취항하는 유나이티드 항공, 핀에어 등 일부 항공사가 그런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요.
주변에 “기후위기 문제야” 이야기만 해도 도움 돼요
개인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또 어떤 게 있냐구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기후환경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러 기관, 단체들이 많이 내놓고 있는데요. 내용엔 큰 차이가 없어요. 그러니 여기선 유엔환경계획(UNEP·유넵)이 권유한 것을 간단히 소개해 볼게요. 유넵이 마침 지난해 말 누리집에 ‘기후위기와 싸우는 것을 도울 수 있는
10가지 방법’을 올린 게 있거든요.
유넵이 권유한 10가지 방법은
‘기후위기 이야기 퍼뜨리기’ ‘정치에 대해 압박하기’ ‘교통수단 바꾸기’ ‘전력 사용 줄이기’ ‘식단 조정하기’ ‘지역의 지속가능한 상품 사기’ ‘음식 낭비하지 않기’ ‘기후친화적 옷 입기’ ‘나무 심기’ ‘지구 친화적 투자’ 등이예요. 어때요? 화석연료를 쓰는 교통수단 사용을 줄이고, 생산·운송·보관·조리 과정에서 모두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음식물을 낭비하지 않고, 특히 생산 과정에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은 이런 권유에서 단골 항목이죠. 옷을 덜 사서 오래 입는 것이나 운송 거리가 짧아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지역 상품을 사 쓰는 것도 기후변화 대응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다만 유넵이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널리 퍼뜨리는 것과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도록 정치권을 압박하는 것을 10가지 방법 중에 첫 번째와 두 번째로 제시한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 인류가 기후위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정치권을 압박해 국가 에너지 생산·소비 시스템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예요.
주변 사람들과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어때요, 해볼 만하지 않나요?
기후변화 ‘쫌’ 아는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