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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Q. ‘인터스텔라’ 속 모래폭풍, 온난화 땐 현실 되나요?

등록 2022-09-14 14:30수정 2022-09-14 14:43

A. 영화가 아닙니다. 실제 193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주기적으로 덮쳐오는 모래폭풍으로 지구는 식량 부족에 직면했다. 결국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을 찾는 모험을 벌인다는 게 이 영화의 줄거리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주기적으로 덮쳐오는 모래폭풍으로 지구는 식량 부족에 직면했다. 결국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을 찾는 모험을 벌인다는 게 이 영화의 줄거리다.

2014년에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는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가 배경이죠. 환경 변화로 농업 생산성은 뚝 떨어졌고 세계적인 식량 부족으로 문명은 쇠퇴했어요.

특히 가끔 휘몰아치는 모래폭풍으로 집과 농토가 모래에 잠기곤 하는데, 이런 설정은 영화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1930년대 미국과 캐나다 중서부에서 일어난 기후재앙 ‘더스트 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더스트 볼은 가뭄 속에서 일어난 모래폭풍으로 이 지역 농토가 황폐화 한 사건이에요. 몇 날 며칠 부는 모래바람으로 농사를 짓지 못 할 지경에 이르렀고,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죠.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1939)도 그렇게 고향을 떠나는 가족의 고난을 다룬 이야기였습니다.

“사람들은 집 안에 틀어박혔다. 밖으로 나갈 때는 얼굴에 손수건을 싸매서 코를 가리고, 눈을 보호하기 위해 둥그런 안경을 썼다. (중략) 옥수수는 빠르게 말라가고 있었고, 엷게 내려앉는 먼지 사이로 초록색이 살짝 보일 뿐이었다.”

자연 초지 갈아엎고 밀 심었더니…토양 침식 탓 모래 드러나

멀쩡한 땅에 왜 모래바람이 불었을까요? 1930년대 이 지역에 가뭄이 연이어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설명이 부족하죠.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토지 개간과 토질 악화였어요. 더스트 볼은 미국 오클라호마, 텍사스, 뉴멕시코, 캔자스 주 서부로 이어지는 프라이팬 손잡이(panhandle) 모양의 지역(대평원 남부)을 일컫기도 하는데요. 20세기 들어 더는 경작지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자연 초지인 이 땅을 갈아엎고 밀을 심었어요.

1936년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댈러스에 있는 한 농가에 농기구가 모래에 묻혀 있다. 위키미디어코먼스
1936년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댈러스에 있는 한 농가에 농기구가 모래에 묻혀 있다. 위키미디어코먼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토지 개간이 재앙을 몰고 올 줄은 몰랐죠. 작은 풀들로 빽빽한 초지를 갈아엎자, 땅이 사막과 비슷해져 버린 거예요. 원래 이곳의 ‘농부’는 풀을 뜯고 똥을 싸던 아메리카들소였어요. 그런데 사람이 농부가 되어 나타나 풀을 깡그리 뽑고 낯선 식물을 심은 거죠. 이 과정에서 토양이 침식되자 모래가 드러났고 연이은 가뭄에 강풍이라도 불라치면 거대한 모래폭풍으로 번진 겁니다.

1932년 텍사스 주에서 시작한 모래폭풍은 1930년대 내내 유령처럼 떠돌았어요. 모래에 잠긴 철로로 열차는 멈췄고, 자동차는 고장 나기 일쑤였고, 집 앞 대문 열쇳구멍으로 들어오는 모래까지 막아야 할 정도였죠. 모래는 옥수수를 덮어 죽였고, 방목하던 소들의 먹이를 빼앗았지요. 지금 우리가 겪는 황사와 미세먼지보다 더 심한 사태를 상상하면 될 거예요.

지표면 20~40% 황폐화…탄소 내뿜어 기후변화에도 악영향

사실 이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에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올해 펴낸 ‘세계토지전망 2022’에서 세계 토지의 70%를 이미 인류가 자연 상태에서 농지와 도시 등으로 바꾸었다고 밝혔어요. 지표면 땅의 20%에서 40%가 이미 황폐해졌거나 황폐화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지요.

문제는 기후변화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에요. 2012년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연구팀이 학술지 <네이처>에 쓴 ‘토양 탄소 저장’은 이 분야에서 가장 자주 인용된 논문 중 하나인데요. 여기서 연구팀은 토양에 탄소 2500기가톤, 대기에 800기가톤이 존재한다고 밝혔지요. 즉, 토양이 저장해 둔 탄소량이 대기에 있는 것보다 세 배 넘게 많은 거예요.

그런데, 토지 개간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표토층에서 유기물이 머금고 있는 탄소와 마른 낙엽과 썩은 뿌리 등에 있는 탄소가 대기로 올라가게 돼요. 그러면 온실효과는 더 심해지겠지요.

현대의 관행농법은 기후변화를 악화하는 원인으로 꼽히죠. 매년 밭을 갈면 표토층에 있는 유기탄소가 대기로 배출되거든요. 게티이미지뱅크
현대의 관행농법은 기후변화를 악화하는 원인으로 꼽히죠. 매년 밭을 갈면 표토층에 있는 유기탄소가 대기로 배출되거든요. 게티이미지뱅크

아주 오래 전부터 토양의 탄소 저장 기능을 연구한 라탄 랄이라는 학자가 있어요. 그가 최근 쓴 논문에 따르면, 우리가 자연을 지키는 것만으로 기후변화를 막아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줘요. 2020년에서 2100년까지 토양의 탄소 격리를 통해 탄소 178기가톤, 식생 조성을 통해 155기가톤 그리고 육상 생태계를 통해 333기가톤이라는 어마어마한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거죠. 이것은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157ppm까지 줄일 수 있는 탄소량이라고 해요. 지금 이산화탄소 농도가 410ppm이 넘으니, 이 정도라면 산업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잠재량이에요. 아… 또, 숫자가 많아지네요. 기후변화 기사 쓸 때는 숫자 좀 그만 써야 하는데. 그러니, 여기서 스톱!

라탄 랄의 연구는 물론 현실 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우리가 그저 자연과 함께 사는 것만으로 기후변화는 없을 거라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죠. 어쨌든 지금의 기후변화는 20세기 들어 이뤄진 과도한 농지 개간과 단일 작물 재배 그리고 경운 농법(밭갈이), 과도한 질소비료 투입으로 인해 가속화 했어요. 지구 토양에서 유실된 탄소량이 1850년 이후 인간이 배출한 탄소 배출량의 10분의 1이나 된다는 주장이 있고요. (아, 또 숫자!) 사실 토양에 관한 탄소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여서, 명확히 밝혀야 할 부분이 많긴 하지만요.

어쨌든 마구잡이 토지 개간은 기후변화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스텔라>의 디스토피아가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 정말 지구를 떠나야 하는 걸까요?

기후변화 쫌 아는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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