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부자 125명의 탄소 배출량이 일반인의 100만배에 이른다고 영국의 구호단체 옥스팜이 최근 보고서에서 밝혔다. AP/연합뉴스
세계의 부자 125명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보통 사람의 100만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영국의 구호단체 옥스팜은 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맞춰 낸 <탄소 억만장자: 세계 최고 부자들의 투자 배출량> 보고서에서 전 세계 부자들의 온실가스 다배출업종 투자가 기후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옥스팜은 <블룸버그>가 작성한 억만장자 목록 220명을 참고해 이들이 소유하거나 투자한 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분석했다. 기업이 자체 공개한 정보를 이용했고, 10% 미만의 지분을 가진 경우는 제외했다.
보고서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125명의 연간 탄소 배출량은 300만톤으로 소득수준 하위 90%인 시민의 평균 배출량인 2.76톤의 100만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억만장자들의 투자 종목을 살펴보니, 화석연료나 시멘트 산업 등 온실가스 다배출업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억만장자들은 투자액 100만달러당 162톤의 탄소를 배출했는데, 이는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86톤)의 약 두배에 해당한다. 옥스팜은 “억만장자 125명의 투자 배출량을 다 합치면 6700만 인구의 프랑스의 한해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세계 대부호의 탄소 배출량 가운데 50~70%가 투자에서 비롯된다고 이 보고서는 추정했다. 자가용 비행기와 요트를 타고 여행해 나오는 탄소 배출량이 일반인보다 수천배 높지만, 투자 배출량을 보면 훨씬 많아진다는 것이다.
한편, 기후위기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억만장자도 있다고 옥스팜은 밝혔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아틀라시안의 창업주 마이크 캐논 브룩스는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에너지 기업 에이지엘(AGL) 지분을 인수해, 이 기업이 석탄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분사하려는 시도를 막기도 했다.
대니 스리스칸다라야 옥스팜 영국 대표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대기업과 억만장자들이 기후위기를 심화하면서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알려 그들이 바뀌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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