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0일(현지시각)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 벨랭벨리에 인근 산불 현장에서 소방헬기가 난연제를 살포하고 있다.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는 프랑스는 또다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삼중고를 겪고 있다. 벨랭벨리에 AFP/연합뉴스
전 세계 국가들이 지금의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이행하더라도 이번 세기말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5도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각국 감축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은 26일(현지시각) 발표한 ‘2022 엔디시(NDC) 종합 보고서’에서 이런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엔디시는 ‘국가결정기여’란 말로 각국이 스스로 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다. 한국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엔의 이번 보고서는 193개 협약 당사국들이 제출한 엔디시를 종합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를 보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지난달 23일까지 제출한 엔디시를 이행하더라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 수준보다 10.6%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증가폭은 지난해 10월12일까지 제출된 엔디시를 기준으로 했을 때의 증가폭(13.7%) 보다는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과학계가 점차 잦아지는 가뭄, 폭염, 홍수 등의 극한 기상으로 대표되는 기후위기를 피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제시한 온실가스 배출 억제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앞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8년 특별 보고서에서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이상 줄여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사이먼 스티엘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묶어두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가 기후행동 계획을 강화해 앞으로 8년 동안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국제사회의 기후 행동은 크게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은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존 온실가스 감축 계획으로는 파리기후협정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데 동의하고, 오는 11월6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리는 제27차 당사국총회 때까지 진전된 계획을 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27일 기준, 총회 개막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엔에 새로운 감축 계획을 제출한 나라는 영국을 포함해 24개국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도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6일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들과 한 오찬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마련한 2030년 엔디시 40% 목표안을 두고 “어찌 됐든 국제사회에 약속은 했고 이행해야 한다”면서도 “국민 부담이 어떠할지 제대로 짚어보고 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제27차 당사국총회 의장을 맡을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우리는 시간과 싸우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크게 달라진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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