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의장이 2017년 3월23일(현지시각) 유엔에서 연설하고 있다. 브리태니커사전
Q. IPCC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모두 ‘확실히’ 맞는 것인가요?
A. 그렇지는 않아요. 보고서 내용에는 신뢰도가 ‘매우 높은’ 것부터 ‘매우 낮은’ 것까지 다 들어있기 때문이에요.
기후변화 관련 기사나 글을 보면 ‘아이피시시(IPCC) 보고서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아이피시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를 영어로 줄인 말이에요. 아이피시시는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기구입니다. 이 기구는 내년 3월 중순께 제6차 종합보고서를 회원국 승인을 거쳐 발표할 예정이에요.
종합보고서 이전에 3개의 실무그룹(워킹그룹)이 보고서를 내는데, 지난해 8월 가장 먼저 제1실무그룹 보고서(과학적 근거)가 나왔어요. 여기에 보면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는 이미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많은 극한기상 및 극한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향후 몇십년 동안 이산화탄소와 기타 온실가스 배출량이 극적으로 감소하지 않는 한 21세기 안에 지구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와 2도(상승)를 넘어설 것이다” 등의 표현이 나와요. 이런 내용은 얼마나 확실하고 믿을 만한 것일까요?
제6차 제1실무그룹 보고서 총괄저자이자 종합보고서 저자인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위원)는 “보고서 저자들은 새로운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연구 결과를 평가해 정리한다. 연구 내용에 대해 신뢰도를 표시하고,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를 서술한다”고 설명했어요. 아이피시시 보고서에 담긴 주요 내용들에 대해 해당 문장 말미에 아이피시시 보고서 저자들이 평가한 신뢰도를 적어둔다는 거에요.
가령 “1950년대 이후 대부분의 육지에서 폭염 등 극한고온의 빈도가 많아지고 강도가 높아진 것은 거의 확실하다.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이런 변화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등은 ‘신뢰도 높음’으로 기재돼 있어요. 반면, “육지의 지구 평균 강수량이 1950년 이후 증가했고 1980년 이후 증가율이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신뢰도 중간’으로 평가돼 있어요. 이처럼 아이피시시 보고서의 기존 연구 결과에 대한 신뢰도 평가는 ‘매우 낮음’부터 ‘매우 높음’까지 다섯 단계로 이뤄져요. 신뢰도의 높고 낮음은 “참여 저자들이 모여 정한다”고 해요. 이러한 점 때문에 보고서에서 신뢰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 내용을 인용하거나 할 때에는 주의를 해야해요.
또 가능도에 대해서는 99∼100%면 사실상 확실, 90∼100%면 매우 가능성 높음, 66∼100%면 가능성 높음, 33∼66%는 가능성 있음, 0∼33% 가능성 낮음, 0∼10%는 매우 가능성 낮음, 0∼1%면 가능성이 희박함 등으로 단계를 정해 표현해요.
또 가능도에 대해서는 99∼100%면 사실상 확실, 90∼100%면 매우 가능성 높음, 66∼100%면 가능성 높음, 33∼66%는 가능성 있음, 0∼33% 가능성 낮음, 0∼10%는 매우 가능성 낮음, 0∼1%면 가능성이 희박함 등으로 단계를 정해 표현해요. 예를 들면 보고서는 “다양한 증거에 의한 평가에 따르면 보고서의 높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SSP3-7.0)와 지금 수준과 유사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하는 매우 높은 배출 시나리오(SSP5-8.5)에서는 21세기 중에 1850∼1900년 대비 2도 지구온난화 수준을 초과할 것이다. 중간 배출 시나리오(SSP2-4.5)에서도 2도 지구온난화를 초과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매우 낮은 온실가스 배출시나리오(SSP1-1.9)에서는 2도 지구온난화 수준을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낮은 배출 시나리오(SSP1-2.6)에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서술하고 있어요.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