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29일 오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에서 시민들이 쿨링포그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30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6.1도까지 치솟아 올해 폭염의 절정을 이뤘다. 하지만 이는 대구에서 지난달 22일 관측된 37.2도에 비해서는 1.1도나 낮은 기록이다. 대구는 이날 현재 올해 폭염일수가 33일에 이른다. 평년(1991∼2020년)의 3배다. 지난 2018년 강원 홍천(8월1일 41.0도)에 의해 역대 최고기온 기록이 깨졌지만, 여전히 대구는 국내에서 가장 더운 지역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과연 대구가 우리나라 제1의 폭염도시일까?
대구가 뜨거운 도시인 건 분명하다. 기상청이 전국적 관측망을 확충한 1973년 이후 올해(7월26일)까지 도시별 폭염일수를 비교해보면 서울은 393일, 광주는 668일인 데 비해 대구는 무려 1261일이나 된다. 서울의 3배가 넘고 광주의 갑절이다.
하지만 폭염은 단순히 온도가 높다고 사람의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라도 습도가 높으면 사람들은 견디기 힘들어한다. 마치 건식 사우나에서는 오래 견딜 수 있는 사람도 습식 사우나에서는 몇 분 못 버티는 것과 같다.
최근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한국기상학회장) 연구팀은 <네이처> 자매지 <기후와 대기과학>에 게재한
논문에서 1958∼2019년 60년 동안의 동아시아 지역 폭염을 ‘마른폭염’과 ‘습한폭염’으로 구별해 분석했다. 마른폭염은 습도 33% 이하인 상태에서의 건조한 폭염을, 습한 폭염은 습도 66% 이상인 습윤한 폭염을 말한다. 연구팀 분석 결과 마른폭염은 주로 동아시아 북서부 지역에서, 습한폭염은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기상청이 운용하는
기상자료포털정보의 자료를 분석해보니, 지역과 시기에 따라 건조한 폭염과 습윤한 폭염에 큰 차이가 났다.
역대 가장 뜨거운 해로 꼽히는 1994년과 2016년, 2018년 3개 해의 3개 도시 폭염일을 비교해보면, 대구 지역의 총 폭염일수는 132일(각 60·32·40일)로 광주 119일(45·31·43일), 서울 88일(29·24·35일)에 비해 훨씬 많았다. 3개 해 폭염일의 최고기온 평균도 대구(35.7도)가 서울과 광주(각 35.2도)에 비해 0.5도 높았다.
하지만 습한폭염 비율에서는 순위가 뒤바뀐다. 하 교수팀의 ‘습한폭염’ 개념을 습도가 66% 이상이면서 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경우로 바꿔 규정하고 자료를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습도가 33% 이하이면서 일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경우, 곧 마른폭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3개 해 폭염일 가운데 습한폭염이 차지하는 비율은 광주는 90.8%, 서울은 44.3%인 데 비해 대구는 26.5%밖에 되지 않았다. 대구가 ‘건식 사우나’라면 광주는 ‘습식 사우나’인 셈이다.
광주 북구에 있는 광주시민의숲 물놀이장에서 아이들이 물놀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습도의 많고 적음은 체감온도의 큰 차이를 초래한다. 기상청이 폭염 특보를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를 고려해 발령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올해 폭염을 분석해봐도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26일까지 폭염일수는 서울이 6일, 광주가 11일인 데 비해 대구는 32일로 두 도시에 비해 3~6배 많다. 폭염일의 최고기온 평균도 대구(34.2도)가 서울(33.8도), 광주(33.7도)에 비해 다소 높아 ‘뜨거운 도시’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폭염일의 상대습도 평균은 대구(65.6%)가 서울(72.0%), 광주(80.2%)에 비해 낮았다. 그 결과 폭염일의 체감최고기온 평균은 대구(33.2도)가 서울과 광주(각 34.2도)보다 오히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상청 폭염 특보 기준으로는 대구보다 서울과 광주가 더 위험한 지역인 셈이다.
이는 실제로 온열질환자 발생률에서 입증된다. 질병관리청의 지난 10년(2011∼2020년) 동안 ‘폭염연보’를 분석해보니, 인구 10만명당 온열질환자 수가 대구는 18명인 데 비해 광주는 39명으로 2배가 넘었다. 인근 지역인 경북과 전남의 온열질환 자수도 각각 46명과 87명으로 비슷한 차이가 난다.
하 교수팀 분석에서 미래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로 유지한 경우에도 건조한 폭염은 더 자주 발생하고 습윤한 폭염은 더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습한 폭염은 인체에 극도로 해로울 수 있다. 습한 폭염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지역의 전력 사용량을 늘리는 등 폭염 영향을 완화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