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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해수면 상승한다는데…모래 해변은 왜 더 넓어질까?

등록 2022-05-08 15:25수정 2022-05-08 17:13

호주연구팀 퀸즈랜드 해변 90년 변화조사
유입 모래 증가, 개발 등 영향으로 ‘퇴적’
그러나 해수면 상승은 ‘침식’ 위험 가속화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 골드코스트 해변. 픽사베이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 골드코스트 해변. 픽사베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09도 높아지고 해수면은 20㎝ 상승했다. 기후변화로 산호초가 파괴되고 해안이 훼손되며 볼모지가 늘어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시아와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일부 해안에서는 해빈(비치)이 오히려 넓어지고 있는 중이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해안이 침식되리라는 상식을 뒤집는 현상은 왜 생기는 걸까?

오스트레일리아 퀸즈랜드대와 뉴질랜드 캔터베리대, 중국 허난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항공사진과 인공위성 자료를 바탕으로 세계 해안의 변화를 추적한 결과 많은 해안에서 해빈이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지형학’과 ‘사진측량과 원력탐사’에서 밝혔다.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 퀸즈랜드 쿨랑가타비치. 퀸즈랜드대 제공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 퀸즈랜드 쿨랑가타비치. 퀸즈랜드대 제공

“해안 퇴적 방해하면 미래 기후 위험 증가시킬 것”

연구팀은 우선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90년 동안 고해상도(0.5∼5m) 항공사진을 사용해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 퀸즈랜드주의 해안 지형 변화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쿡타운에서 쿨랑가타에 이르는 15개 해빈 모두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해안 퇴적물 예산’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이런 현상에 대해 두 가지 설명을 내놓았다. 해안 퇴적물 예산은 장시간에 걸쳐 해빈 안팎으로 이동하는 모래, 암석, 다른 퇴적물의 이동량을 의미한다. 해빈 성장은 여분의 모래가 대륙붕에 위치한 더 깊은 퇴적물에서나 강에서 유입됨에 따라 발생했을 수 있다. 또 해안 개발 등 인간 개입도 원인일 수 있다. 예로 퀸즈랜드 부카시아비치는 인근 강에서 흘러든 것으로 보이는 퇴적물로 더 넓어졌다. 반면 골드코스트 쿨랑가타비치는 침식을 완화하기 위해 해빈에 모래를 추가로 쏟아부어 성장했다.

1985년부터 현재까지의 인공위성 자료를 통해 확인된 중국 해안의 변화. 허난대 제공
1985년부터 현재까지의 인공위성 자료를 통해 확인된 중국 해안의 변화. 허난대 제공

연구팀은 이어 1984년 이후 지금까지의 인공위성 자료를 활용해 전 지구 해안선 변화를 추적했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전체 대륙의 상당부분의 해안이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해안의 일부는 인간 개발로 성장했다. 남아메리카의 수리남 같은 지역은 엄청난 양의 퇴적물을 운반하는 크고 빠른 강이 성장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퇴적’을 통한 해빈의 성장 현상이 있다고 해서 해수면 상승으로인한 ‘침식’의 위험에 대해 안심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최근 해설저널리즘을 표방하는 비영리 과학저널 사이트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연구 결과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식이 미래에 실질적인 위험이 아니라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예측한 대로 해수면 상승 속도가 가속화하면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날지를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온실가스 배출이 줄지 않고 계속되면 2100년까지 해수면이 1995∼2014년 평균 대비 최대 1.01m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해수면 상승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1901∼1971년에는 연간 상승 속도가 1.3㎜이던 것이 1971∼2006년에는 1.9㎜, 2006∼2018년에는 3.7㎜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현재 해안선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해수면 상승이 해안 침식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증거로 볼 수 없을 뿐더러, 해빈의 성장이 미래의 침식 위험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며 “사람과 기반시설을 해안선에 너무 가깝게 배치해 해안 퇴적물 예산을 방해하면 미래의 기후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도 속초시가 침식된 해변 백사장(해빈)에 다른 곳의 모래를 실어다 보충하는 양빈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속초시가 침식된 해변 백사장(해빈)에 다른 곳의 모래를 실어다 보충하는 양빈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동해안 인공시설로 침식 가속화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의 인위적 개입에 의한 해안 침식이 확인되고 있다. 항만과 해양 전문 건설설계업체인 ㈜혜인이엔씨 기술연구소는 지난해 <한국해안·해양공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동해안의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대 해변 143곳의 연안침식 실태와 침식 원인에 대해 조사한 결과 동해안의 침식현상은 어항시설 확충을 위한 방파제 및 방사제 등 인공구조물를 설치해 연안 모래의 이동 체계가 달라진 것이 주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강원 강릉시 옥계면 금진항과 옥계항 인근의 해빈 면적은 19.4% 감소했으며, 경북 포항항 주변 영일대 해수욕장의 경우 백사장이 33.9% 가량 줄어들었다.

국립환경과학원과 제주대, 서울대 공동연구팀이 동해와 서해, 제주에서 7곳의 사구 지점에서 자연재해에 대해 인위적 대응을 한 지역과 그러지 않은 지역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경북 울진시 월송정해수욕장은 인근 구산해수욕장에 인공 암초를 조성한 이후 심각하게 침식된 반면 제주도의 하도 사구는 태풍 볼라벤의 거센 폭풍우로 침식됐지만 1년 만에 자연적인 과정을 통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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