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서 발원한 먼지가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를 통과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색깔, 구성 성분 등에 따라 지구를 데우기도 식히기도 한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화석연료를 태우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기체는 지구 대기에서 온실 역할을 해 지구 기온을 높인다. 이는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상식보다 더 복잡한 네트워크에서 작용한다. 인과율의 논리보다는 복잡계의 논리가 우세하다. 대표적으로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는 상당 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가 최근 북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서 발원한 먼지가 대서양을 건너는 사진을 공개했다. 1월14일 ‘NOAA-20’ 인공위성에 포착된 사진을 보면, 두꺼운 노란 먼지가 아프리카대륙에서 100여㎞ 떨어진 카나리아제도를 통과하고 있다. 카나리아제도에서는 이런 모래 폭풍을 ‘칼리마’(Calima)라고 부른다. 모래 폭풍이 지나갈 때, 우리나라의 황사처럼 시야 거리가 줄어들고 기관지 환자들에게 외출금지 권고가 내려진다.
그러나 먼지가 꼭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카나리아제도에서 칼리마를 일으킨 먼지는 대서양을 건너며 식물성플랑크톤의 성장을 북돋고, 남미대륙의 아마존강에 영양분을 제공한다. 먼지 또한 지구의 거대한 순환 체계의 일부로 작동하는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은 지구표면광물성먼지조사(EMIT) 프로젝트를 올해 6월부터 가동한다고 5일 밝혔다. 지구의 사막과 대지에서 발원하는 입자(먼지)들이 어떻게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측정하는 이미지 분광계가 먼지에 섞인 광물 입자의 특성을 파악한다.
남북극의 바다얼음(하얀색)은 태양 빛을 반사해 지구 온도를 낮춘다(알베도 효과). 바다얼음이 줄어들면, 태양열이 더 많이 흡수돼 지구 온도는 높아진다. 바다 얼음의 축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아직 명쾌히 해명되진 않았지만, 먼지도 비슷한 기능을 한다. 이를테면, 토양 함량이 높은 밝은색 먼지는 태양열을 우주 밖으로 돌려보내 지구 온도를 낮춘다. 반면 철분 함량이 높은 어두운 색의 먼지는 태양열을 흡수해 지구를 데운다.
이번 프로젝트를 관장하는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의 로버트 그린 박사는 5일 보도자료에서 “산성을 띠는지, 색깔이 어떤지에 따라 먼지는 지구와 상호 작용을 결정한다”며 “인공위성 자료를 가지고 우리는 먼지 발원 지역을 지도화하고, 먼지가 어떻게 지구를 데우고 식히는지 이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먼지와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알아내면, 앞으로 기후변화 예측 시나리오의 정확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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