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28일 밝힌 기후·환경 정책 방향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환경 정책을 베끼거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 공약을 재탕한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인수위(위원장 안철수)가 이날 발표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환경 정책 방향’을 보면, 새 정부 국정 과제에 반영된 환경 정책 추진 방향은 두 갈래다. 국제 사회 질서로 자리 잡은 탄소중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미세먼지와 홍수 등 기후·환경 위기로부터 국민의 재산과 건강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전체 내용은 에이(A)4용지 두 쪽에 불과했다.
인수위는 구체적으로 원전 중심의 에너지 믹스(혼합)와 산업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실현가능한’ 탄소중립 이행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재구성한다고 밝혔다. 부문별 감출 목표와 이행 방안은 새 정부에서 위원회가 새롭게 꾸려지면 마련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발표된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을 추가로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광학선별기(플라스틱 자동 선별기) 등 신기술을 적용해 폐자원 회수·선별체계를 고도화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그러나 인수위가 밝힌 세부 정책 방향이 원전 관련 정책만 새로울 뿐, 문재인 정부의 환경 공약과 중복되거나 대선 공약 당시 언급된 수준에 그쳐 새롭지도 않고 내용도 빈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임기 내 초미세먼지를 30% 감축하겠다는 목표는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공약과 같았다. 자원순환경제 관련 정책들은 사실상 지난해 말 환경부가 발표한 한국형 순환경제 이행 계획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위가 적용하겠다는 광학선별기는 현장에서 쓰레기 선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평가가 나오는데 신기술 사례로 포함됐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광학선별기가 페트병만 분리하지 못하고 계란 덮개 등까지 골라내 재활용 쓰레기 선별 과정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활동가는 “유럽이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재생에너지 목표를 40%로 높이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다. 한국처럼 재생에너지 비중과 목표가 낮은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는 낮추고 원전 투자만 활성화하는 것은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윤 당선자 공약 가운데 그나마 관심을 끌었던 ‘2035년 내연기관차 신규 등록 금지’ 공약은 이번 정책 방향에서 사라졌다. 대선 과정에서 ‘반문’ 이미지를 강조하며 꺼내 들었던 ‘4대강 사업 재자연화 재검토’ 공약도 논란을 의식한 듯 정책 방향에 담기지 않았다.
이날 인수위 경제2분과는 에너지 정책 방향도 발표했다. 신한울 원전 3, 4호기 조기 건설 재개와 재생에너지 수요 관리 정책을 위해 한국전력의 독점 구조 완화와 신생 기업 육성을 약속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