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몽골 바가노르 사막화 지역에서 대한항공 신입 직원들이 델타항공 직원, 몽골 현지 지역주민들과 함께 사막화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고 있다. 연합뉴스
인간 활동으로 지표면의 20~40%가 황폐해져 지구가 인류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기 위해 유지돼야 하는 9가지 ‘행성의 한계’ 가운데 4가지 항목이 이미 한계선을 넘어섰다는 내용의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은 27일 이런 내용이 포함된 ‘지구 토지 전망’ 보고서를 내고, 세계 각국 지도자들에게 적극적인 토지 복원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은 1994년 체결된 국제협약으로 한국을 포함한 197개국이 가입해 있다.
유엔보고서는 “인간은 이미 지구 육지 면적의 70% 이상을 자연 상태에서 변형시켜 유례없는 환경 파괴를 일으키고 지구온난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현재의 토지 황폐화 추세가 이번 세기 동안 계속된다면 더 심각한 기후 교란으로 식량 공급 중단, 강제 이주 및 종의 멸종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지 황폐화는 물과 탄소 순환,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쳐 국내총생산(GDP)을 떨어뜨리고, 인류의 건강을 해치고, 깨끗한 물을 고갈시켜 가뭄을 심화시킨다. 보고서는 지표면 땅의 최소 20%에서 최대 40%가량이 이미 황폐화됐거나 황폐화가 진행 중인 상태라고 설명하고, 이런 상황이 지구 전체 땅의 45% 이상을 차지하는 건조 지역에서 특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인간이 초래한 토지 황폐화와 사막화, 가뭄 등으로 인해 지구가 지속 가능한 공간이 되기 위해 유지돼야 하는 9가지 ‘행성 한계’(planetary boundary) 가운데 4가지 한계를 이미 넘어선 상태라고 평가했다. 초과한 한계선은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토지 사용 변화 △질소·인 순환 등이다. 아직 넘어서지 않은 나머지 5가지 행성 한계는 △담수 이용 △해양 산성화 △화학물질 오염 △오존층 파괴 △대기 오염 등이다.
토지 황폐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인간이 식품을 생산·가공·운송·소비하는 식품 시스템이 꼽혔다. 지구 온실가스 배출의 29%와 산림 벌채의 80%, 담수 자원 이용의 70%가 식품 시스템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유엔은 지금과 같은 토지 이용 방식이 2050년까지 이어질 경우 남아메리카 대륙 크기의 땅이 추가로 황폐해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황폐화한 토지의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토지와 생태계 복원은 지구온난화를 늦추고, 전염병·가뭄·홍수 등 재난의 위험, 규모, 빈도 및 강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상호 연결된 지구의 비상사태를 더욱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장소와 규모의 토지 복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브라임 티아우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사무총장은 “우리는 오늘의 기후 위기, 내일의 생물다양성 손실, 모레의 토지 황폐화를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한다. 그 해결책은 우리 발 밑(땅)에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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