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박성중 간사가 2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원전 계속운전 제도 개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가 5년 임기 내 수명연장을 허가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원전)을 기존 10기에서 최대 18기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원전강국’을 위한 사실상의 첫 제도 개선으로, 전문가들은 실효성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박성중 간사는 20일 서울 종로구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원전 계속운전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원전 계속운전 신청시기를 현행 설계수명(운영허가) 만료일 2~5년까지에서 5~10년 전까지로 앞당기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려면 설계수명 만료 2~5년 전에 한국수력원자력이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제출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이후 안전성 평가 및 계속운전을 위한 변경허가 심사를 거쳐 10년 연장가동 여부를 결정한다.
인수위는 계속운전 신청 시점을 대폭 앞당겨, 허가 뒤 설비를 개선할 시간을 확보하며 신청 전 미리 설비 개선하는 비용을 줄이고, 계속운전 이전에 발생가능한 가동중지 기간도 줄일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앞서 월성원전 경우, 설계수명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허가 신청 전 대규모 시설 개선을 했다가 원안위의 허가 심의 과정에서 추가 개선이 요구되며 비용 낭비가 발생했다는 감사원 지적 등이 있었다. 더불어 박 간사는 “고리2호기 경우, 법적 제출기한을 넘겨 설계수명이 1년 남은 시점에서 최근(4월4일) 서류를 제출했다”며 “심의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고려하면,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내년 4월8일 이후 계속운전 허가 발급 시까지 원전 정지가 불가피하다. 실제 운영기간은 계속운전 기간보다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말했다.
향후 5년 동안 계속운전을 신청할 수 있는 원전은 현재 10기다. 인수위는 새 방안대로라면 “2034년, 2035년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한빛3·4호기 외에 2차 계속운전 신청이 가능한 6기” 등이 포함되어 최대 18기의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 신청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최대 18기의 수명연장 승인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일단 인수위가 내세운 기대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계속운전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현 상태’의 원전에 대한 안전성 평가이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가동연장을 위해 최신 안전규격에 맞춰 기존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 일이다. 박종운 동국대 교수(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는 “재건축 조건이 40년차인데 30년 된 때 재건축 신청하라는 셈”이라며 “2~5년 전 신청은 한국 고유의 방식이 아닌, 미국·유럽 국가들의 기준을 참고한 것으로 수명이 임박한 시점을 심의를 위한 현 상태로 삼아서 설계수명 만료 2년 전, 만료 뒤 2년 등 4년 정도의 기간을 걸쳐 계속운전을 추진하는 게 적정해 보인다”고 말했다.
허가 심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안전성이 더 강화되리란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새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로 경제적 비용이 더 커질 수도 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이번 정권 때 (가급적 많은 원전에) 수명연장을 해주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원전은 미리 계속운전을 승인했다 하더라도 중대 결함이 발생하면 바로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소장의 말대로, 여러 전문가들은 실효성보다 새 정부 임기 동안 원전의 수명연장을 최대화하려는 의지를 새 방안의 주된 배경으로 읽는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한겨레>에 “현재 불거진 전기요금 인상 등의 문제를 원전 확대를 통해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문제는 (서둘러) 수명연장을 해도 그 효과를 내기 어렵다. 전기요금 인상은 원자재 대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1~2년 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데, 원전 수명연장의 효과를 보려면 최소 3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 위원은 “수명연장을 다 받아놓고 경제성이 안 나와 폐쇄하는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좌초자산만 늘어나는 꼴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원전의 안전성이 중요한 만큼 제도 개선 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수명연장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며 “가장 위험한 문제는 사용후핵연료이기 때문에 이를 안전하게 영구적으로 처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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