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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핵발전은 기후위기 대응에 걸림돌일 뿐이다

등록 2022-02-03 11:55수정 2022-02-03 12:26

[조천호의 파란하늘]
세계 1차 에너지 재생 5.7% vs 원자력 4.3%
발전비용 핵발전 167달러 vs 태양광 34달러
한국 SMR 200개 필요...수도권 설치 수용할까
정치가 현실 눈감으면 시민이 연대해 나서야
풍력발전기. 픽사베이.
풍력발전기. 픽사베이.

산업혁명 이후 이 세상은 화석연료에 기반해 성장해왔다. 하지만 이는 항구적이 아니라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이 세상은 기후위기를 일으키도록 구축됐지 기후위기를 막도록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에너지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는 달리 유독 한국 사회는 재생에너지로 해결이 불가능하니 핵발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핵재앙, 핵폐기물, 핵확산의 위험을 뒤로 감춘다면 핵발전도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모든 걸 다하자’(do everything)에 포함될 수 있다. 복잡한 문제에 대해 간단한 대답은 틀릴 가능성이 크다.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데 핵발전 확대라는 간단한 해법도 마찬가지다. 기후위기 대응이 그렇게 간단하다면 이 세상이 이 문제로 골머리를 썩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우리는 내일의 위험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오늘의 삶을 더 중하게 여긴다. 현재의 전력 체계에서 핵발전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그러해야 할 이유는 없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6년까지 핵발전 용량이 늘어나고 2080년경에나 핵 발전이 멈추게 된다. 핵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시간은 넉넉한 것이다.

태양이 한 시간 동안 지표면에 내리쬐는 에너지가 인류가 한 해 사용하는 에너지에 해당한다. 여러 제약을 고려하더라도 태양에너지 일주일치면 전 세계가 일 년 동안 넉넉하게 쓸 수 있다. 풍력이나 지열도 한 달치면 인류가 한 해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오늘날 이를 실현시키는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태양광과 풍력은 대체 에너지로 불렸지만 지금 주류 에너지가 되었다. 영국국영석유회사(BP)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1차 에너지원 가운데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는 5.7%로 핵발전 4.3%를 넘어섰다.

핵발전량과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변화. ‘BP 보고서’
핵발전량과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변화. ‘BP 보고서’

이제 핵발전은 ‘위험과 혜택’뿐만이 아니라 ‘비용과 효과’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월스트리트 회사인 라자드(Lazard)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새로 건설하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비용은 각각 90%, 70% 가량 떨어졌다. 재생에너지 전력망 기술이 혁신되고 있고 이를 실현할 수 있게 만드는 배터리는 지난 10년 동안 가격이 약 80% 이상 하락했다.

반면 핵발전 비용은 2009년 이후 33% 상승했다.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예전에 고려하지 않았던 위험을 막아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핵발전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2020년 새 핵발전소는 메가와트시(MWh) 당 평균 167달러의 발전비용(LCOE)이 들었다. 이는 새 풍력과 태양광의 발전비용 38달러와 34달러에 비해 4배 이상 비싸다.

태양광, 풍력과 핵의 발전비용(LCOE) 변화. ‘라자드’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세계 전력산업은 이러한 추세를 보여준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보고서에서 세계 신규 전력 중 재생에너지가 2001년에 약 20%였는데 2020년에 80% 이상으로 크게 증가중이라고 했다. 반면 세계 발전량 중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6년 17.5%에서 2020년 10%로ᅠ감소했다.

일본의 미쓰비시가 터키에서, 히타치와 도시바가 영국에서 힘들게 수주한 핵발전소 사업을 포기했다. 이미 투자한 수조원은 매몰 비용으로 처리했다. 이는 계속 진행할수록 더 큰 손실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를 짓다가 파산 상태에 몰린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한 도시바는 그룹이 해체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핵발전 수출 시장이 수백조원이라는 우리나라 핵발전 찬성론자 주장도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핵발전소를 늘리는 나라는 주로 중국, 러시아와 인도 등이다. 이들 나라는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핵발전 시장이 아니다.

핵발전계는 ‘소형 모듈 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 한다. 지금까지 핵발전은 ‘큰 것이 가장 좋다’(Big is best)였다. 소형 핵발전은 대형보다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자로를 소형으로 모듈화하면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고 핵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작업이 단순해져 건설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SMR은 아직 모듈 방식으로 대량 생산되고 있지 않다. 언제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것으로 긴급한 기후위기를 막겠다는 것인가? SMR이 노다지 시장이라면서도 기업과 개인 투자만으로 SMR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엄청난 정부 정책과 막대한 공적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핵발전계의 요청과 이에 응답하려는 정치세력이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한 투자 손실이 발생한다면 시민 모두가 감당해야 한다.

우리나라 24개 핵발전소가 전체 전력의 약 30%를 공급한다. 이에 비추어 SMR로 현재 석탄과 가스 발전소를 모두 대체하려면 200개 가량이 필요하다. SMR은 폭발 위험이 없다고 주장하니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수도권에 주로 설치해야 할 것이다. 전 시민의 저항을 누르고 전 국토를 SMR로 뒤덮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영국 서섹스대학의 벤저민 소바쿨과 연구원들은 <네이처 에너지> 논문에서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을 각각 추구하는 나라 간 탄소 배출량의 감축 차이’를 분석했다.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의 관계는 서로 배타적이고 경쟁적이어서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밀어낸다. 정부가 저탄소 에너지 예산을 핵발전에 투입하면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자금이 그만큼 줄어든다. 핵발전 확대가 오히려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새 세상은 기존 세상이 무너져야 열릴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 선진국들은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을 무너뜨리고 재생에너지 기반의 산업을 일으켜 새 세상에서도 여전히 지배력을 유지하려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우리나라 스스로 정한 프레임이 아니다. 외부로부터 강제되는 프레임이다. 다시 말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트렌드가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세계적인 패러다임의 변화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하면 경제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1인당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12.4톤으로 세계 평균 4.8톤의 두 배를 넘는다. 유엔은 현재 우리나라 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그 수준이 낮아 높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도 감축해야 할 탄소 배출량이 산업계에 너무 과해서 이를 줄여 주겠다는 정치 세력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기후위기 이전에 경제위기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월마트, 이케아, 베엠베(BMW)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자신들에게 납품하는 기업들에 100% 재생에너지로 만든 상품과 부품을 요구하려 한다. 이 재생에너지에는 핵발전이 포함되지 않는다. 핵발전은 핵폐기물을 쏟아내 재생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럽연합과 미국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생산된 상품에 탄소국경세를 준비중이다.

에너지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수출 위주의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앞으로 산업 경쟁력은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면 결국 수출을 할 수 없거나 공장을 해외로 옮겨야 한다. 이는 선진국들이 재생에너지의 앞선 기술력으로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기술 강국 대한민국이 미래 기술 시장에서 걷어차기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국제학술지 <기술예측과 사회변화>(Technological Forecasting and Social Change)에 실린 ‘2050년 탄소중립에 따른 에너지 전환으로 전 세계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란 논문에서 전력 부문 종사자가 2015년 2500만명에서 2050년 35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늘어나는 새로운 일자리 대부분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부문에서 만들어질 것으로 보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재생에너지 2021> 보고서에서 5년 뒤 재생에너지의 수요를 전망했다. 2026년에 세계 재생에너지 전력 용량은 2021년보다 60% 이상 증가해 현재 화석연료와 핵을 합한 전력 용량과 맞먹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았다. 재생에너지가 새로 늘어나는 세계 전력의 거의 95%를 차지하며 이 가운데 태양광이 절반 이상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 New Energy Finance, BNEF)의 <장기전망2020년>((New Energy Outlook 2020) 보고서에서는 지구가열을 2도 이내로 막으려면 2050년에 풍력과 태양광이 세계 전력 수요의 56%를 충족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배터리와 분산 전력망에 30조 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전 세계 전력 믹스의 변화. BNEF ‘New Energy Outlook 2020’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세계 인구 3분의 2가 사는 지역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새로 건설할 경우 가장 싼 전력이 됐다. 반면 세계 기준으로 보면 비싼 에너지인 석탄발전과 핵발전이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싸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뒤떨어진 재생에너지 후진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재생에너지로는 현실적으로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너무나도 거세다. 재생에너지 꼴찌 수준인 우리나라가 현실 때문에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를 할 자연 여건이 안 된다고 한다. 태양광은 위도가 낮을수록 유리하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의 나라인 독일보다도 위도가 무려 15도나 낮다. 우리나라 상공에 제트기류가 흐르기 때문에 풍력이 작다고는 볼 수 없다. 건물, 도로와 철도 주변, 방음벽, 주차장, 댐, 저수지, 그리고 대륙붕 등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할 곳이 우리 국토에 널려 있다.

재생에너지는 자연조건에 따라 전력량이 달라지므로 신뢰할 수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예일대학교 환경대학원 칼럼>(YaleEnvironment360)에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은 기술 혁신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 예로 독일은 전체 전력의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공급받고 있는데 2020년 평균 정전이 0.25시간이지만, 프랑스는 핵발전이 전체 전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평균 정전이 0.35시간인 점을 들었다.

2050년까지 전 세계 전력이 재생에너지로 급진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연구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 이렇게 될 경우 전 세계 평균 발전비용(LCOE)은 현재 메가와트시 당 70유로보다 싼 52유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발전비용은 약 60유로이고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 70유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재생에너지임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는 국가 전략적으로 미래 산업의 핵심에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래에 투자하기보다는 미래를 저당잡아 현재를 유지하려 한다.

2050년 100%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용(LCOE).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총액이 1년에 150조원 정도다. 재생에너지는 외국에 지급해야 하는 이 비용만큼 우리나라 안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부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안보도 확보해 외국 의존도를 줄이게 된다.

우리 사회가 어떤 에너지를 사용할 것인가는 비용과 효과 면에서 유리하다는 측면을 넘어선 문제이기도 하다. 금전적 가치로는 평가할 수 없는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과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위기의 본질은 인간 세상이 지구의 물질적 유한성을 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핵발전 기반의 에너지 과잉소비 사회로 갈 것인가 아니면 재생에너지 기반의 지속가능한 사회로 갈 것인가? 이제 자연이 재생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추는 사회로 전환을 해야 할 때다.

에너지 문제의 본질은 과잉소비와 함께 독점의 구조에도 있다. 핵발전과 석탄발전으로 만들어진 전력은 발전소 지역에서 도시와 산업 지역으로 전달된다. 이는 지역 간의 불평등을 전제로 한다. 핵발전은 에너지 생산과 공급을 독점하는 중앙집권적인 위계 체계를 필요로 한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자연을 이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는 낮고 그 분포는 넓다. 하지만 이런 비효율성과 제약이 오히려 실질적인 이점이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분산적이므로 시민이 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되는 분권적인 체계를 필요로 한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소수가 지배하는 에너지 결정권을 무너뜨려 우리 공동체를 바로잡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기후위기는 과학·기술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가 일어나는 방식은 과학적으로 알려져 있고 인류가 필요한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서는 눈감고, 현재 한계에만 사로잡혀 핵발전이 미래라고 주장하는 정치가들이 있다. 기존의 틀에서는 아무리 좋은 전략도 필패다. 현실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은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없다.

정치가가 세상을 바꾸지 않겠다고 하면 시민이 연대해 세상을 바꿔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 그 갈림길에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이 있다. 기후위기를 막고 새 세상을 만드는 데서 재생에너지는 징검다리이지만 핵발전은 걸림돌일 뿐이다.

참고문헌

Amory B. Lovins & M. V. Ramana. 2021, Three Myths About Renewable Energy and the Grid, Debunked, YaleEnvironment360

BloombergNEF, 2020, New Energy Outlook(NEO)

Bogdanov, D., Farfan, J., Sadovskaia, K. et al. 2019, Radical transformation pathway towards sustainable electricity via evolutionary steps. Nature Commun 10.

https://doi.org/10.1038/s41467-019-08855-1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21, https://www.bp.com/en/global/corporate/energy-economics/statistical-review-of-world-energy/primary-energy.html

IEA, Renewables 2021, Analysis and forecasts to 2026

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 (IRENA), Renewable Capacity Statistics 2021

Lazrd, Levelized Cost Of Energy 2020

Manish Ram, Arman Aghahosseini, Christian Breyer, 2020, Job creation during the global energy transition towards 100% renewable power system by 2050, Technological Forecasting and Social Change, Volume 151

Sovacool, Benjamin K, Schmid, Patrick, Stirling, Andy, Walter, Goetz and MacKerron, Gordon (2020) Differences in carbon emissions reduction between countries pursuing renewable electricity versus nuclear power. Nature Energy, 5. pp. 928-935. ISSN 2058-7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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