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등 디젤엔진이 내뿜는 배기 오염물질이 곤충들의 후각 기능에 장애를 일으켜 작물이나 식물의 꽃가루받이(수분)를 방해해 수분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경유차 등 디젤엔진의 배기 오염물질과 오존 등이 곤충들의 후각 기능에 장애를 일으켜 곤충들에 의존하는 작물이나 야생식물의 수분(꽃가루받이) 능력을 30% 가량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레딩대와 버밍엄대 등 연구팀은 야외 실험을 통해 “디젤엔진 배기 가스와 오존을 포함한 대기오염이 현재 수준 정도라 하더라도 수분 매개 곤충이 70%까지 줄어들고, 이들이 꽃들을 방문하는 횟수가 90%까지 줄어들어 전반적으로 수분이 31%까지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 논문은 오는 3월에 출간되는 과학저널 <환경오염>에 게재될 예정으로, 최근 온라인에 발표됐다.(DOI :
10.1016/j.envpol.2022.118847)
오염물질이 꽃들의 향기와 반응해 변질시킨다는 이론은 있었지만 이를 증명하기는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야외 환경에서 수분에 대한 대기오염의 부정적 영향을 관찰, 분석하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로비 걸링 레딩대 교수는 “실험실 연구를 통해 디젤엔진 배기 오염물질이 곤충의 꽃가루받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야외에서 이렇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고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또다른 연구자인 제임스 라이얼스 레딩대 레버흄재단연구원은 “이번 발견이 우려스러운 점은 오염물질들을 우리가 날마다 숨쉬는 대기중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오염물질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대기 오염물질이) 수분 매개 곤충과 활동의 급감을 통해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자연 생태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했다.
레딩대에서 진행된 선행 연구들은 디젤엔진 매연이 꽃 향기를 변질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에서는 대기오염이 수분 매개 곤충들이 그들의 먹이, 곧 꽃가루와 꿀의 위치를 찾아내기를 어렵게 함으로써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연상태에서 이런 현상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연구팀은 대기오염이 여러 수분 매개 곤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증거를 수집했다. 매개 곤충 가운데 일부 종은 다른 종들보다 꽃 향기에 대한 의존율이 더 크다.
연구팀은 디젤엔진 배기 물질인 질소산화물(NOx)과 자연환경에서의 오존 농도를 통제하기 위해 특수설계된 훈증시설을 이용했다. 연구팀은 두 해 여름 동안 이들 오염물질이 주변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꽃가루받이를 하는 곤충들이 흑겨자의 수분율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미국 법규상 환경보호 제한농도의 40~50%에 해당하는 매우 낮은 오염물질을 사용했다.
관찰 결과 오염된 상태에서는 식물을 찾는 수분 매개 곤충 개체수가 62~70% 줄었다. 이런 감소는 꿀벌, 나방, 꽃등에, 나비 등 7개 매개 곤충류에서 심했다. 이들의 꽃 방문 횟수는 83~90%가 줄어들었다. 이는 결국 종자 수확과 다른 요소들의 기반이 되는 수분을 14~31% 감소시켰다.
곤충 수분의 연간 경제적 가치가 수백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식량농업생산액의 8%는 꽃가루받이를 통해 나온다. 특히 사과, 딸기, 코코아 등 작물의 70%가 수분에 의존하고 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