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 농도 증가로 한국 등 동아시아 3국에서 연간 75조원의 곡물 수확량 감소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픽사베이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3국에서 오존 오염에 따른 밀·쌀·옥수수 등 곡물의 연간 생산량 감소가 75조원(63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 난징대 등 공동연구팀은 18일(한국시각) “미국·유럽과 달리 오존 농도 증가세가 큰 동아시아 지역에서 오존에 의한 주요 작물의 상대적 생산량 감소가 이전 예측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식량 안보의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푸드> 17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오존은 화석연료 연소 때 배출되는 아산화질소, 일산화탄소,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같은 온실가스가 햇빛과 상호작용해 형성된다. 오존은 성층권에서는 자외선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지만 지표면에 가까이 있으면 인간 등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에도 해를 끼친다. 연구팀은 “특히 차량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오염으로 인해 세계 많은 지역에서 지표 오존 농도가 증가했다. 작물 수확량은 농법과 품종 개량으로 증가했지만 오존이 없으면 훨씬 더 커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AOT40은 시간당 오존농도가 40ppb를 넘는 경우의 오존 농도의 합을 말한다.
북반구 지표 오존 농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3~5배 증가했다. 최근 20년 동안 미국과 유럽의 오존 농도는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감소하는 데 견줘 아시아 오존 농도는 다른 어느 곳보다 증가세가 커지고 있다.
오존은 곡물 수확량에 악영향을 끼친다. 오존 농도 31~55ppb는 밀과 쌀, 옥수수 연간 수확량은 각각 7.1%, 4.4%, 6.1%를 감소시킨다. 아시아는 세계 곡물 생산의 보고이다. 2014~2018년에 쌀의 90%, 옥수수의 32%, 밀의 44%가 이 지역에서 생산됐다. 중국 경작지 7%만으로도 세계 인구 5분의 1을 먹여 살릴 수 있다.
연구팀은 동아시아 3국의 오존 관측소 3072곳에서 측정한 농도를 토대로 분석했다. 이들 가운데 98.7%는 6개월 낮시간 누적 오존 농도(AOT40)가 식물 건강 보호를 위한 임계치(시간당 5ppm)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OT40은 시간당 오존농도가 40ppb를 넘는 경우의 오존 농도의 합을 말한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가장 높아 30.9ppm/h였으며, 한국과 일본은 각각 21.2ppm/h, 17.5ppm/h였다. 이에 비해 미국은 15.7ppm/h과 유럽은 11.1ppm/h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를 보이고 있다.
연구팀은 밀, 쌀, 옥수수의 주요 생산지역에서 수집한 실험 자료를 토대로 세 주요 작물과 오존 노출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중국에서 수확량 감소가 가장 커, 밀은 32.8%, 쌀 23%, 옥수수 8.6% 줄었다. 한국도 밀 27.8%, 쌀 10.7%, 옥수수 4.7%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확량 손실은 질량 기준으로 밀은 6200만톤, 쌀 6300만톤, 옥수수 2300만톤이었다. 가격 기준으로 각각 220억달러, 330억달러, 78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곡물 수확량의 연간 총 감소량은 630억달러(약 7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계산됐다. 지역 차원에서 좀더 강력한 오존 배출 규제와 적응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