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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기후변화로 새들 떠나면 발 없는 나무들은 ‘나 어떡해’

등록 2022-01-17 13:07수정 2022-01-17 13:18

식물 절반 동물에 의존해 씨앗 퍼뜨려
온난화로 동물 사라지면 식물 60% 감소
황여새(보헤미안 왁스윙)가 부리에 과일을 물고 날아오르고 있다. ‘사이언스’ 제공(Christine Johnson 촬영)
황여새(보헤미안 왁스윙)가 부리에 과일을 물고 날아오르고 있다. ‘사이언스’ 제공(Christine Johnson 촬영)

발이 없는 종자식물들은 종 번식을 바람(풍매화)이나 곤충(충매화), 새(조매화) 등에 의존한다. 이 가운데 동물을 매개로 씨앗을 퍼뜨리는 식물들은 기후변화로 조류와 포유류가 사라지면 60%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라이스대 등 미국 대학들과 덴마크 오르후스대 공동연구팀은 17일 “식물의 절반 이상은 동물에 의존해 씨앗을 퍼뜨린다. 현장 연구 자료를 토대로 동물 매개 종자 산포 식물들의 기후변화 적응 능력을 예측한 결과 포유류와 조류 가운데 몇 퍼센트만 사라져도 식물들의 종자 산포가 95%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렸다.(DOI : 10.1126/science.abk3510)

연구팀은 수천편의 현장 연구 논문들에서 수집한 자료를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로 분석해 종자 산포 매개 조류와 포유류의 세계 분포도를 그렸다. 식물들의 번식 적응 능력 감소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팀은 현 시점의 종자 산포 지도와 미래의 종자 산포 지도를 비교했다.

흑곰이 산사나무 열매를 먹고 있다. 큰 동물들은 식물 종자를 멀리 퍼뜨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동물들이 감소하거나 멸종하고 있다. ’사이언스’ 제공(Paul D. Vitucci 촬영)
흑곰이 산사나무 열매를 먹고 있다. 큰 동물들은 식물 종자를 멀리 퍼뜨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동물들이 감소하거나 멸종하고 있다. ’사이언스’ 제공(Paul D. Vitucci 촬영)

논문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인 라이스대의 에반 프리크는 “어떤 식물들은 수백년을 산다. 하지만 식물들이 움직일 수 있는 기회는 주변에 씨앗을 이동시키는 짧은 시간 뿐”이라고 말했다. 기후가 변함에 따라 많은 식물종은 좀더 적합한 환경으로 이동해야 한다. 동물 매개 종자 산포 식물들은 과일을 먹거나 열매를 옮겨줄 동물이 충분하지 않으면 변화하는 환경에 보조를 맞출 만큼 충분히 멀리 씨앗을 옮길 수 없어 멸종에 직면할 수 있다.

북미 개똥지빠귀(아메리칸 로빈)가 감탕나무 열매를 부리에 물고 있다. 지빠귀처럼 작은 새는 비교적 짧은 거리에 씨앗을 퍼뜨린다. ’사이언스’ 제공(Paul D. Vitucci 촬영)
북미 개똥지빠귀(아메리칸 로빈)가 감탕나무 열매를 부리에 물고 있다. 지빠귀처럼 작은 새는 비교적 짧은 거리에 씨앗을 퍼뜨린다. ’사이언스’ 제공(Paul D. Vitucci 촬영)

프리크는 “이번 연구는 종자 산포 문제를 지구 규모 차원에서 정량화하고,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들을 파악한 첫번째 연구”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얼마나 많은 종자들이 어떤 종류의 조류와 포유류를 통해 분산하는지, 얼마나 멀리 퍼뜨리는지, 얼마나 잘 발아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수천건의 현장 연구 자료를 분석했다. 북미, 유럽, 남미 및 호주 등 온대지방의 종자 산포 손실이 특히 심각했다. 멸종 위기종이 사라지면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의 열대지방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됐다.

프리크는 “종자 산포 동물들의 생물다양성은 식물들의 기후 적응에 중요한 요소이다. 식물들은 탄소를 저장하고 인류에 먹거리를 제공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생태계 복원이 종자 분산의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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