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전북 김제에서도 제주 한라봉이 재배된다. 김제시 봉남면 칠성마을 시설하우스에서 농민들이 생산한 한라봉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처럼 탄소 배출을 지속하면 21세기 후반에 중부지방의 폭염일수가 90일 가까이 돼 남부지방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또 남한지역 연평균기온은 현재보다 6.3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면 상승폭을 대폭 줄여 2.3도 상승으로 막을 수 있다.
기상청은 지난 8월9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제시한 시나리오에 대한 남한 6개 권역별 기후변화 전망을 담은 <남한 상세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를 23일 발표했다.
분석에 사용된 시나리오는 “온실가스를 현저히 감축해 2050년께 탄소중립에 이르는” 저탄소 시나리오(SSP1-2.6)와 “현재 수준과 유사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하는” 고탄소 시나리오(SSP5-8.5) 2종이다. 기상청은 남한 지역을 1㎞ 격자로 세분해 6개 권역(수도권,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제주)별로 기후변화를 예측했다.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1세기 중반기(2041∼2060년)에 1.6도, 후반기에는 2.3도 상승하는 데 반해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중반기에 이미 2.9도 상승하고 후반기에는 6.3도까지 치솟는 것으로 분석됐다.
권역별 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미래에 극한 고온현상이 현재보다 크게 증가할 뿐더러 기온 상승률이 지열별로 다르다는 것이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수도권은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에 연간 폭염일수가 현재(2000∼2019년) 7.8일의 10배(78.6일)가 늘어 86.4일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충청권의 예상 폭염일수는 현재(8.7일)보다 80.4일이 증가한 89.1일이다. 특히 두드러진 점은 21세기 말에는 수도권·충청권 등 중부지방이 경상권(82.9일)보다 폭염이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21세기 후반기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열대야 일수는 현재 대비 44.2∼71.6일로 대폭 증가하고, 일 최저기온의 연 최댓값이 현재보다 5.3∼7.4도 상승해 대부분 30도(초열대야)를 웃돌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까지 초열대야가 관측된 것은 강릉(2013년 8월8일)과 서울(2018년 8월2·3일)에서 세 번뿐이었다. 특히 중부지방의 기온 증가 폭(7.0∼7.4도)은 다른 지역(5.3∼6.7)에 견줘 커지고, 일 최저기온의 연 최댓값이 제주권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기상청은 분석했다.
강수량 증가는 제주권에서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다. 21세기 후반기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제주권의 1일 최대 강수량은 현재보다 56%, 호우일수(일 강수량이 80㎜ 이상인 날의 연중 일수)는 2.2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계절길이는 모든 권역에서 겨울은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져 21세기 후반기에 겨울은 3개월 미만으로 줄어들고 여름은 4∼6개월 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21세기 후반기 겨울은 68일 짧아져 한달 남짓(39일)만 남고, 여름은 73일 증가해 일년에 거의 절반(170일) 동안 지속될 것으로 점쳐졌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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