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유엔 지속가능발전 고위급정치포럼(HLPF) 각료급 회의 오프닝에 아동 대표 5명 중 한명으로 초청받아 연설 중인 몽골의 노문다리.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국제사회의 지도자들이 모여 기후협상을 벌이는 자리인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미래세대의 목소리가 분출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에서 온 개발도상국 청년들은 각자가 직면한 기후변화 문제를 호소하느라 분주하다.
몽골 울란바토르의 노문다리(16)도 그 중 한명이다. 그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FF) 소속 기후운동가로, 2014년부터 몽골월드비전 기후변화 아동참여클럽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11일에는 ‘기후변화와 도시 어린이의 위험’을 주제로 한 COP26 부대행사에 화상 토론자로 참여해, “어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아 엉망인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우리에겐 마실 물, 먹을 음식, 숨 쉴 공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문다리는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몽골의 식량난과 수질·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번 COP26에서만큼은 세계 지도자들이 거짓말을 멈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문다리는 몽골은 식량위기와 유해한 공기, 가뭄과 홍수, 물 오염 등 기후위기로 인한 영향을 전방위적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몽골은 작물과 축산물 생산량은 여전히 저조해 주로 러시아에서 음식을 수입한다. 러시아 국경이 폐쇄되면서 야채가 부족해졌다”고 말했다. 또 “수질오염과 대기오염도 심각하다”며 “겨울에 추위를 피하려 석탄을 태우고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증가한다. 1년 내내 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겪고 남은 물이 오염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환경오염이 더 심각해지면 강이나 개울이 없어져 우리가 마실 신선한 물들이 고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문다리는 몽골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놓여있지만 그 심각성에 대해 교육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문다리 스스로는 지구와 환경에 관심이 많은 가족의 영향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눈을 떴지만 학교는 그에게 현재 몽골이 처한 기후문제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그는 “친구들은 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정확하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몰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 친구들이 받는 유일한 교육은 지구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는 것일 뿐”이라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없고 당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것처럼 중요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아니”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놓인 나라의 청소년이 COP26에 바라는 점은 명확했다. 공허한 약속과 거짓말을 이제는 멈추는 것이다. 노문다리는 이번 COP26에서 달라졌으면 하는 점이 있냐는 질문에도 “COP26에서 꼭 바꾸고 싶은 것은 거짓말”이라고 거듭 집어 말했다. 그러면서 “COP는 이미 여러 해 동안 지속되어 왔다. COP는 매년 우리에게 무언가를 약속하지만 좋은 변화를 이뤄낸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노문다리는 또 “정부가 유치원 아이들처럼 시시콜콜한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성숙한 어른처럼 행동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래스고/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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