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 스코티시 이벤트 캠퍼스(SEC) 캠퍼스 맞은편 강가에서 환경운동연합, 기후솔루션, 청소년기후행동 등 기후운동단체 활동가들이 오징어게임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초록색 운동복을 입은 한 남성이 달고나를 정해진 모양에 맞춰 조금씩 떼어내고 있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면을 썼고, 그의 손에 들린 달고나에는 태양광 발전기와 풍력 발전기 모양이 새겨져 있다. 분홍색 점프수트를 입은 진행요원들은 ‘삼성전자, 재생에너지 100%’라고 적힌 배너를 들고 이 부회장의 모습을 한 남성을 압박하듯 둘러쌌다.
10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각)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이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 스코티시 이벤트 캠퍼스(SEC) 앞.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한 장면이 재현됐다. 드라마 속 달고나 게임은 달고나에 그려진 모양을 분리해내지 못하면 탈락하는 생존게임 중 하나다. 기후솔루션, 환경운동연합, 청소년기후행동, 소비자기후행동, 액션스픽스라우더(Action Speaks Louder) 등 기후운동단체가 연합해 삼성전자의 RE100(Renewable Energy 100%,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 전환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이들 단체는 삼성전자가 많은 양의 전기를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경제적 성장을 이뤘지만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대부분을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아닌 석탄 발전에 의존해 기후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글로벌 전력 사용량은 2만2916기가와트시(GWh)로 그 중 약 70%가 국내에서 쓰였다. 이는 단일 기업으로는 국내 최다 규모라고 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253만톤으로 국내 주요 기업 중 세 번째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해외 사업장의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사용했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삼성전자 전력의 82%나 사용할 정도로 사업장이 많은 한국이나 베트남은 RE100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아 반쪽짜리 성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6월
‘삼성전자 100% 재생에너지 로드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어, 삼성전자가 미국·유럽·중국 쪽에서 재생에너지만 사용하고 있다고 선언했지만 한국과 베트남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조차 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삼성전자가 지금처럼 소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면 기후위기를 막지 못한 채 모두가 패배하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탄소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서경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삼성전자는 스스로 친환경 기업이라는 홍보는 열심히 하면서 정작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하는 것은 없다”며 “이는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장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글래스고/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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