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7일 인천 서구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2030년 석탄화력발전을 퇴출할 것을 요구받았으나 결국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서 확정한 2030년 엔디시(NDC,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충돌하는 데다 국내 산업계 현실 등을 감안할 수밖에 없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회의 슬로건(“석탄을 역사 속으로”)처럼 선진국은 2030년 탈석탄을 과제로 요구받고, 유럽 다수가 실제 2022~2030년을 약속한다는 점에서 향후 국제적 압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한겨레>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을 취재한 결과, COP26 의장국인 영국 정부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쪽은 한국 외교부를 통해 4일 열리는 ‘에너지의 날’ 행사에서 세계적인 석탄 감축 노력에 한국 정부도 동참한다는 약속을 해달라는 취지로, 전세계 137개 국가, 도시 등이 참여하는 ‘탈석탄동맹’(PPCA·Powering Past Coal Alliance)에 함께 할 것을 요청했으나 수용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부 담당자는 “9월께 제안을 받았지만 한국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맞지 않는 지점이 있어 참여할 수 없었다. 짓고 있는 석탄발전소를 폐쇄할 경우 손실을 지원하는 법(에너지전환지원법)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2030 탈석탄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탈석탄동맹은 2017년 2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3) 이후 영국과 캐나다 등에 의해 시작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은 2030년까지, 성장이 더딘 국가들은 2050년까지 석탄사용을 중단한다는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결사체로 한국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많은 충청남도가 2018년 국내 최초·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번 COP26을 앞두고 국제사회가 한국 정부에 보다 적극적인 석탄 감축 의지를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은 셈이다.
2021년 10월 25일 독일 루에체라트의 가르츠바일레르 노천탄광 근처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뉴라스 굴뚝에서 증기가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탈석탄동맹 동참을 요청받은 9월 이후, 한국은 2030 엔디시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사실상 확정하는 과정에 있었다. 그리고 지난달 2030 엔디시 최종안을 통해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을 찍은 2018년 현재의 41.9%에서 2030년까지 21.8%로 줄이기로 했다. 당시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주요 선진국들은 한국보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기간이 오래돼 폐쇄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하며 현재 이미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전환이 우리만큼 어렵지 않다. 영국은 1968년에 건설된 것도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탄소 감축 요구가 줄 것으로 보는 이들은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선진국은 2030년 석탄화력발전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30년대 중후반께 ‘터닝포인트’인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 시점에 당도할 것이라고 지난 8월 진단했다. 이미 주요국가로 평가받는 한국 입장에서, 석탄 감축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비판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맞물려 COP26에서 한국 정부의 활동은 주로 외교부 중심의 실무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일 정상들의 연설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COP26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30 NDC를 발표한 뒤, 2일 낮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떠난다. 한국 정부 수석 대표인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5일께 귀국한다. 대신 12일 폐막 때까지 외교부를 중심으로 파리협정 6조 국외 탄소 감축 조항과 관련한 국제사회 상대의 실무협상이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한국의 2030 엔디시엔 국외 감축이 탄소중립으로 가는 주요 과제이다. 국내 부문의 책임을 줄이되, 해외에서 상쇄하겠다는 전략으로, 전체 탄소 감축 목표량의 11.5%인 3350만톤이 국외 할당치다. 2015년 COP21에서 도출된 파리협정의 6조에 온실가스 감축 실적의 국제적 이전 관련 사항이 규정된 이후 가능한 셈법이긴 하나, 이후 열리는 COP때마다 선진국과 개도국 중복 감축 문제를 해결할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국외 감축분은 여전히 각국의 엔디시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 COP26에서 국외 탄소 감축 의제를 포함, 파리협정의 구체화가 거듭 중요한 쟁점이 되는 이유이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 ‘성과’랄 게 전무해질 수도 있는 셈이다. 한 기후활동가는 “기후단체들로부터 미미한 감축 목표라고 부정적 평가를 받은 2030 엔디시만 발표하고 돌아온다면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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