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사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족되고 이후 기후위기 문제는 전세계적으로 수차례 강조되었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의 시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체감한 것은 최근 2~3년일 것이다. 특히 신종 인수공통 감염병인 코로나19는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로 인해 시민들이 느끼는 쓰레기 문제와 기후위기 체감은 ‘인지’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일상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으로서,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시민들의 일상은 이미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탈탄소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소비 방식의 변화를 통해 기업과 정부·지방자치단체의 관심,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2019년 시작한 디어얼스는 말 그대로 사랑하는 지구에게 보내는 인간의 노력을 의미한다. 서울의 어느 동네 8평 작은 공간에서 제로웨이스트 문화를 소개하고 일상의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제품을 제안하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손님과의 대화 중심에는 언제나 쓰레기, 기후위기가 존재한다. 어느 시대에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에서 손님과 주인장이 날씨와 계절의 변화, 쓰레기 문제, 기후위기를 주제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적이 있는가?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한 이해와 공감이 이상적으로 발현되는 모습은 요즘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작은 제로웨이스트 숍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흐름에서 중요한 지점은 바로 시민들의 참여다.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사회는 소수의 전문가만이 이끌어갈 수 없다. 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이자 목표이고, 이는 이론적인 목표 설정과 규제를 넘어 이해와 공감을 기반에 두어야 이룰 수 있다.
새롭게 떠오른 제로웨이스트 문화의 중심에 있는 제로웨이스트 숍과 ‘용기내 캠페인’ 등은 일부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의 자발적 참여 의지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이런 시민들이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폭발적 변화를 이끌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다. 전문적 가이드가 마련되지 않아 방향과 실효성에 있어 혼선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기후위기에 처한 사회를 이끌어갈 건강한 문화가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시민의 힘으로 기후위기라는 적과 싸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환경 문제와 기후에 대한 위기감, 국민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다. 그만큼 탄소중립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2050탄소중립위원회의 역할과 책임 또한 막중하다.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모든 의견을 수렴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사회를 위해서는 탄소중립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공감이 바탕이 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깊게 인지하고, 이를 위해 환경 교육과 문화적 지원을 통해 세대와 이해관계를 아우르는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 탄소중립 사회에 대한 이해와 자발적 참여도가 높은 소상공인과 스타트업, 시민들을 중심으로 환경적 관점의 일상 변화를 지지하고 지속성을 갖도록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길 바란다.
권용진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디어얼스 대표
권용진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디어얼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