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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검찰, 원전 건설업체에 보상 명령했다고? 보도자료 확인해보니

등록 2021-09-06 16:09수정 2021-12-29 14:36

[기후뉴스 읽기]
<조선일보> “원전건설 중단은 범죄행위” 보도
실제로는 원전건설 조기중단 막아서 기소돼
기후단체 “조선, 국내 원전 정책 비난에 사용”
2013년 당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V.C. 섬머 원전 3호기 건설현장 모습. 위키미디어커먼스
2013년 당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V.C. 섬머 원전 3호기 건설현장 모습. 위키미디어커먼스

“이런 국가가 국민을 위한 국가이자 법치국가다.”

“우리나라도 똑같은 방법으로 수사하고 손해배상을 하게 해야 한다.”

<조선일보>가 6일 치 1면에 보도한 ‘미 “원전건설 중단은 중대범죄, 주민 위해 245억 내라”’제목의 기사에 붙어 있는 댓글들이다. 기사의 핵심은, 미국 연방검찰이 원전업체가 원전건설을 중단한 것을 ‘중대범죄’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원전건설이 무산돼 값싼 전기를 못 쓰게 된 주민들에 대한 보상을 ‘명령’했다는 것이다. 기사대로라면 원전건설을 중단하는 것에 대해 한국도 미국처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어 보인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0일 미 연방검찰의 발표를 근거로, 원전 건설업체인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추진하던 V.C. 섬머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접으면서 피해를 본 납세자들을 위해 2125만달러(약 245억8625만원)를 내놓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 소개하지 않은 진실은 따로 있었다.

웨스팅하우스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전력회사인 SCANA·산티 쿠퍼와 함께 2008년부터 추진한 V.C. 섬머 원전건설 프로젝트는 1기가와트(GW)급 AP1000 원전 2기를 건설하는 공사였다. 2020년까지 준공되는 원전에 대해서 14억 달러의 세제 혜택을 준다는 미 연방정부의 지원 정책에 기대 출발해, 원전업계로부터 미국 원전산업에 새로운 르네상스를 열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 기준에 따른 공사기간 지연과 이에 따른 건설 비용 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2017년 폐기됐다. 당시까지 이미 공사는 40%가량 진행돼 90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 상태였다.

웨스팅하우스는 이 사업 실패에 따른 실적 악화가 계기가 돼 2018년 사모펀드인 브룩필드 비즈니스 파트너스에 매각됐다. 이후 미국 검찰은 경제성이 없는 상황에서도 사업을 계속해 전력회사가 불필요한 손실을 입게 된 것에 주목해 수사를 벌여왔다.

<조선일보>에서 쓴 것처럼 원전건설을 중단한 것을 중대범죄로 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원전건설이 더 일찍 중단되지 않게 한 것에 중대범죄 혐의를 둔 것이다.

미국 연방검찰의 보도자료 확인해보니…

6일 <한겨레>가 미국 연방검찰이 지난달 18일 웨스팅하우스 수석 부사장인 제프리 벤자민을 기소하며 발표한 보도자료를 확인해보니, 검찰은 벤자민이 해당 원전 건설사업자에게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다는 거짓 정보를 줘서 결국 무산될 사업에 2016년 9월부터 2017년 3월 사이에만 6억달러를 더 지출하게 한 것을 주요 혐의로 제시했다. 중단해야 할 프로젝트를 거짓말까지 하면서 계속 이어간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미 연방검찰이 웨스팅하우스에 V.C. 섬머 원전건설 무산으로 값싼 전기를 못 쓰게 된 주민들에 대한 보상을 명령했다는 것도 사실과 달랐다. 미 연방검찰은 30일 이 사건 관련 보도자료에서 “웨스팅하우스가 프로젝트 실패로 영향을 받는 특정 납세자를 돕기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 저소득 가정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에 30일 이내에 500만달러를 기부하고, 2022년 7월1일까지 1625만달러를 더 지불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이것을 둘 사이의 ‘합의’ 결과로 소개했다. 검찰이 원전건설 무산으로 주민들이 앞으로 싼 전기를 쓸 수 없게 된 것을 문제 삼아 ‘보상명령’을 내린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이외에도 웨스팅하우스는 이 사업 무산과 관련해 사업자들에게는 SCANA 10억3200만달러, 산티 쿠퍼에 9억7600만달러 등 모두 21억6800만 달러를 배상하기로 이미 합의한 바 있다.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전력회사들이 이 사업에 지불한 건설비용 중 10억달러 정도가 이미 전기요금에 부과되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손실을 받은 셈이어서, 웨스팅하우스가 이 소비자들에 대한 상징적 보상 차원에서 저소득층의 에너지 요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조선일보의 기사는 연방검찰의 발표자료에도 나오지 않는 “원전 건립 무산으로 저렴한 전기료의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된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해”라는 내용을 인위적으로 가공해 ‘원전=저렴한 전기료’라는 논리를 만들어 국내 원전정책을 비난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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