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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탄소중립 포기 시나리오? 석탄 사용땐 넷제로 어렵다는 뜻”

등록 2021-08-25 04:59수정 2021-12-28 10:30

[인터뷰]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5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두 달여 검토한 뒤 공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3개 시나리오 중 2050년 국내 탄소순배출량이 2540만톤(1안), 1870만톤(2안) 시나리오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탄소중립(순배출량 0)에 이르지 못한 1·2안은 정부 11개 부처가 참여한 기술작업반에서 뼈대를 작성했다. 탄중위가 주도해 만든 3안만이 국내 탄소중립에 이르는 안이다.

‘탄소중립 포기 시나리오를 검토한다’는 기후환경단체 등의 비판에 탄중위는 영국 등 기후위기 대응 선진국에도 유사한 시나리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국가에선 이미 폐기한 시나리오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을 키웠다.

<한겨레> 기후변화팀은 지난 19일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을 서울 종로구 광화문 탄중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탄중위가 출범한 5월29일 이후 하루를 제외하고는 광화문 사무실을 비우지 않고 모든 위원회 회의를 직접 챙기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탄소중립이 가능하냐고 묻지 말고 어떻게 하면 가능한가를 물어야 한다”고 했던 윤 위원장은, 이번엔 “탄중위가 신뢰를 잃으면 (사회적) 불행이다. 탄중위를 비판한다고 일이 해결될 수 없다. 탄소중립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애초 약속한 1시간30분을 훌쩍 넘긴 3시간 동안 탄소중립 시나리오 논란,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는 탄소중립녹색성장법, 해외 산림보호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레드플러스) 논란(“온실가스 65만톤 감축” 산림청 홍보 뒤엔 숲 37% 파괴 있었다) 등에 길게 답했다. 인터뷰가 끝난 다음에도 여러 차례 자신의 답변에 대한 부연설명을 보내왔다.

탄소중립 포기 아니다?

―탄중위가 공개한 1·2안은 정부 기술작업반이 만든 안과 거의 같다. 국내 순배출량만 보면 탄소중립에 이르지 못하는 안이다. 왜 탄소중립 포기가 아니라는 것인가?

“기술작업반 안을 탄중위가 수치만 보정했다고 보긴 어렵다. 에너지 수요 계산이 잘못돼 오류를 잡아냈고 생활양식 변화를 포함해 치열한 논의를 했다. 사실 1·2 안도 쉬운 안이 아니다. 산업계 입장에서는 강한 안이라는 비판이 많다. 1·2안의 의미는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그대로 두면 국내서 넷제로(탄소중립)를 하기 어려워진다는 거다. 석탄 등 화석연료를 남겨두면 국내 순잔여배출량이 남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해외를 활용해야만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는 미래상을 보여준 것이다. 1·2안이 탄소중립을 포기했다고 표현하면 안 된다. 탄소중립을 포기할 것 같으면 기후위기를 그 어떤 문제보다 무겁게 생각하는 내가 왜 위원장이 되었겠나.”

―1·2안을 통해서도 탄소중립을 할 수 있다는 근거로 해외 조림, 국제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잔여배출량을 상쇄하겠다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래서 국내 탄소중립 포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시나리오에 해외 조림을 넣은 건 그게 바람직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1·2안으로는 국내에서 온전한 탄소중립 어려우니 해외 활용 방안을 넣은 거다. 공간적 범위에서 국내만 탄소중립을 하느냐, 해외까지 (활용)하느냐가 다른 것이지 모든 시나리오에서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계획에 이러한 해외 감축분이 많았다. 이 때문에 한국은 노력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고, 문재인 정부 들어 해외 감축 비중을 줄이고 국내 감축 비중을 높이겠다고 한 것 아닌가.

“문재인 정부 수정 로드맵에서는 해외 감축 비중을 4.5%로 줄였다. 이번에 제시한 시나리오 1·2안에서는 해외 감축 비중이 3.8%(1안)~2.7%(2안)으로 큰 비중이 아니다. 다만 (선진국이 개도국을 이용한다는) 제국주의적 논란을 피해가려면 국내에서 줄이는 게 최우선이다. 그런 방향으로 가려면 (3안처럼) 재생에너지를 70%까지 늘려야 한다. 이걸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

―현재 해외 조림의 구체적 계획이 있나?

“ 산림청에서 국내 조림 확대와 함께 개도국과 협력하는 레드플러스(REDD+) 라는 해외 조림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중남미에서 250 만㏊ 이상 확보해 연간 500 만톤 이상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방식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직 확정은 안 됐다.”

―레드플러스는 선진국이 직접 책임지지 않으면서 개도국을 착취한다는 문제가 있다. 과거 윤 위원장 역시 ‘기후불의와 환경제국주의’(2008년) 등 논문에서 같은 주장을 했다.

“저를 포함 학자들이 이런 논문을 썼던 과거에는 제가 지적한 문제들이 많이 발생해서 그런 비판들이 많았다. 현재의 사업으로 발전하기 전이었다. 지역주민 생존권 보존 등의 조항이 없었다. 주민이 원하지 않는 수종의 나무를 심거나 주민을 몰아내고 플랜테이션하는 방법을 배제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북한 조림도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전체의 산림이 늘어나면 배출흡수원이 늘고 많은 부산물이 생기면 주민 삶도 나아질 수 있고 생물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다. 북한도 바꿀 수 있다. 이 경우 제국주의적 측면만으로 보기 어렵다.”

―<한겨레>는 산림청의 캄보디아 레드플러스 사업의 문제점을 보도할 예정이다.(인터뷰 나흘 뒤인 8월23일 해당 보도가 나왔다)

“(과거보다 사업의) 원칙은 개선됐다는 것이다. 다만 현장에서의 관리·감독은 필요할 수 있다. 원칙이 항상 제대로 구현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배출권거래제 역시 실제 감축 노력보다는 경제 논리로 해결한다는 비판이 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배출권 거래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온실가스는 어디서 배출되든지 대기 중에 올라가서 섞이면 동일한 효과를 발휘한다. 감축 비용이 지역·국가마다 다르니 좀 더 싼 곳에서 줄여서 거래하도록 한 것이다. 유럽연합의 배출권 거래를 비판하지는 않지 않나. 국내에서 탄소중립을 못 하면 어쩔 수 없이 이들 방법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탄중위가 이미 폐기된 영국 시나리오를 1·2안 근거로 삼았다.

“영국은 산업혁명을 가장 빨리 해서 제일 오랫동안 석탄을 쓴 나라 중 하나다. 어떤 식으로 구성했는지만 봤다. 영국 보고서를 보고 따라한 건 별로 없다.”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화상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통유리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는 윤 위원장의 사무실은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화상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통유리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는 윤 위원장의 사무실은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정부·국회와의 관계

―1·2안을 거부할 수는 없었나? 탄중위는 3안을 특별히 강조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독립위원회라기보다는 대통령 소속 정부 위원회다. 당연직 위원으로 18명의 장관이 참여한다. 각 시나리오는 이 안으로 가자는 게 아니다. (해당 시나리오를 선택하면) 이런 사회의 모습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석탄화력발전사업자는 아무런 보상 없이 문 닫을 경우 소송을 준비한다고 한다. 환경단체들은 석탄발전소 문을 닫으라고 요구한다. 그러려면 우리 사회가 뭘 준비해야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고용이다. 정의로운 전환을 이야기할 때 노동자, 지역경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탄중위가 정부 중심 논의 구조에 갇혔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 중심은 아니다. 그랬다면 3안을 포함하지 못했다. 상대적 자율성이다. 완전한 독립기구는 아니지만 장관들이 이야기한다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만 산업계를 포함해 워낙 이해관계가 다르다. 한쪽 의견만 들을 수 없다. 민간위원 77명도 다 이해관계가 같지 않다. 견제하고 조화하면서 의견을 교류한다. 워낙 큰 사안이라 의견의 폭이 커서 내외부적으로 합의하는게 쉽지 않지만 노력할 예정이다.”

―탄중위는 이번 시나리오가 수정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최종 발표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탄중위가 출범하고 두 달 동안 시나리오 초안 수립 작업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작업은 처음하지 않았나? 54차례 회의를 했다. 10월까지 수백개 이상 기관·단체와 협의체간담회를 갖는다. 탄소중립시민회의를 통해 의견도 수렴한다. 탄중위에 농민이 빠졌다고 비판했는데, 농민 대표도 곧 위원으로 참여할 거다. 이런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는 나라가 없다. 의견을 모아보면 극과 극일 것이다. 여기서 공통 분모를 찾을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 가능하냐고 묻지 말고 어떻게 가능할지 같이 고민해달라고 했다. 공수표를 남발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시나리오나 로드맵이 고정된 걸로 보면 안 된다. 1990년대 생각해봐라. 휴대전화가 없었다. 30년 뒤 기술 발전은 상상하기 어렵다. 기후위기 진행 속도, 사회적 요구 등 변수가 바뀌면 시나리오도 로드맵도 갱신해야 한다. 국회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법이 통과되면 계획을 이행 점검하도록 되어있다. 이제 첫 발짝 뗐다.”

―탈석탄을 위한 보상 체계 마련 등을 탄중위가 제안할 수는 없나?

“ 국회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법이 통과되면 이 법에 근거해 에너지전환지원법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어서 법을 만들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국회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2018년 대비 35% 감축)를 정할 때 탄중위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었다.

“관련 태스크포스를 최근에 구성했다. 태스크포스에서 집중적으로 작업해 관련 논의를 끌어가야한다. 우리가 아무리 스포트라이트 받아도 권한이 그리 세지 않다. 대의제 국가에서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
― 탄소중립녹색성장법이 통과되면 탄중위 이름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바뀐다.

“유럽연합도 그린딜을 발표할 때 ‘새로운 성장 전략’이라고 발표했다. 어떤 정부든 시민보다 앞서서 탈성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시민이 먼저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녹색성장 용어에 거부감을 갖는 시민들도 없지 않고 개인적으로도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국회 결정을 존중한다. 지금까지는 대통령령에 기반해 기초가 허약했던 탄중위도 법이 통과되면 법적 기관으로 안정성을 갖추게 된다.”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를 하며 창밖을 바라보고고 있다. 통유리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는 윤 위원장 사무실은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며 창밖을 바라보고고 있다. 통유리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는 윤 위원장 사무실은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탄중위 역할과 시민공론화

―이번에 발표한 시나리오를 보면 탄소 포집·저장 기술로 저감하는 온실가스 양이 최대 9500만톤이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술 의존도가 높다.

“탄소 배출 자체가 0이 될 수는 없다. 탄소중립 개념은 배출을 최대한 줄이되, 줄이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배출하는 것은 흡수를 통해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그런데 자연흡수원(산림·바다)을 통해 모두 흡수하지 못하면 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기술 역시 영구적이지 않다. 2100 년이 지나면 탄소를 저장할 곳이 전세계적으로 남아나지 않아 소용이 없는 기술이 된다. 다만 일단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1.5 도를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능한 과학기술을 동원하는 것이다.”

―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경제성 문제 등 남은 과제가 많다.

“재생에너지 변동성 문제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용해 수소를 만드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수소 대응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이 역시 전문위원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모든 기술은 초기에는 비싸다. 그러나 기술 변화에 따라 단가가 떨어지는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통유리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는 윤 위원장의 사무실은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통유리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는 윤 위원장의 사무실은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그럼에도 탄중위는 기후운동가·산업계 모두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비판이 두렵고 싫었으면 이 자리를 수락하지 않았다. 일단 한발짝이라도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탄중위는 사회적 대화기구다. 내 이야기만 쏟아내면 안되고 남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듣는 역할 강조하는데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원장이 어떤 권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사권, 예산권, 조직구성권도 없다.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모아내고 공통의 분모를 넓혀가는 게 중요한 자리라 생각한다. 사무처 직원들과도 동반자적으로 생각한다.”

―다음달 11~12일 시민 535명이 참여하는 탄소중립시민회의 대토론회가 열린다.

“시나리오는 공유하지만 이중 한 개를 선택하도록 요청하지는 않는다. 시나리오마다 각각 차이나는 지점과 쟁점에 대해 어떤 선택이 적절할지 물을 계획이다. 시민들이 얼마나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보려한다. 전기요금 문제, 태양광, 정의로운 전환 등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시민들은 기후변화가 심각하냐고 물으면 90% 이상이 심각하다고 답한다. 하지만 비용을 내고 (기후위기 대응) 실천을 해야한다고 하면 안 하려고 한다. 한 번으로 끝나는 과정이 아니다. 계속 새로운 참여시민단이 구성되어 2050년까지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와 해결 방안 모색에 시민 대표로서 함께 하게 된다. (기후위기 대응은) 인류 전체가 달성해야 할 목표이자 우리 생존을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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