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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1년이나 걸렸는데…원인은 짚지도 못한 정부 수해 조사

등록 2021-08-03 12:48수정 2021-12-28 11:16

정부, 지난해 댐 수해 원인 조사 결과 발표
“집중호우, 댐·하천관리 부족, 법 한계” 등 복합적 원인
전문가 “원인 명확히 못 밝혀…제방 관리 책임 물어야
이상 기후는 이제 상수…저류지 정비해 물길 열어줘야”
지난해 8월8일 오전 전남 나주시 영산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져 둔치 시설물이 물살에 떠밀려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8일 오전 전남 나주시 영산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져 둔치 시설물이 물살에 떠밀려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발생한 댐 하류의 대규모 수해는 집중호우와 댐 관리 미흡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 천재이자 인재라는 정부 차원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리지 못한 두루뭉술한 조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기후변화 시대에 발맞춰 홍수 대비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많은 양의 비, 댐 관리 미흡, 하천 정비 부족 등 다 겹쳐 발생

정부는 3일 오전 세종 환경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지난해 8월 섬진강댐과 용담·대청댐, 합천·남강댐 하류 지역의 수해에 대한 용역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배덕효 한국수자원학회장은 수해 원인에 대해 “지구 별로 차이는 있으나 일부 지역에서의 설계 기준을 초과한 강우, 댐의 구조적 문제, 댐 관리 미흡, 법과 제도의 한계, 댐-하천 연계 홍수 관리 부재, 하천의 예방투자와 정비 부족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조사는 환경부와 국토부, 행정안전부가 공동으로 발주해 한국수자원학회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주)이산이 지난해 12월28일부터 지난달까지 약 7개월 동안 실시했다.

일부 댐은 홍수기 제한수위를 초과하거나 계획 방류량 이상의 물을 방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담댐은 이미 지난해 7월30일부터 장마가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과 댐 하류 지역 레프팅 업체가 방류하지 말아달라고 한 민원때문에 홍수기 제한 수위를 초과해 운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남강댐은 댐 관리 규정에 나온 계획 방류량 이상의 물을 인근 하천인 가화천으로 방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섬진강댐은 홍수 조절 용량이 전국 평균의 40% 수준으로 부족했고 합천댐은 댐의 저류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고 급격하게 방류량을 증가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댐·하천 관리 체계를 개선하고 홍수 취약지구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수자원학회 쪽은 △댐의 홍수 조절용량 및 저수능력 확대 △댐-하천을 연계한 홍수 예측모형 고도화 △하천 취약시설 개선 △댐 직하류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하겠다는 대책 등을 제언했다.

“원인 조사 분명히 했어야…기후변화 대비 총체적 정비 필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두고 원인을 콕 집어 밝히지 못한 채 두루뭉술한 결론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하천 전문가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수해 원인을 분석하고 침수가 언제 어디서 발생했는지 밝히는 게 중요한데 그 부분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댐, 제도, 법 차원을 모두 이야기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 수해는 제방이 불완전한 상태였기 때문에 물이 넘치면서 피해가 커진 것”이라며 “국가하천은 국토교통부, 지방하천은 지자체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평년과 다른 이상기후가 상수가 된 기후변화 시대인 만큼, 댐이나 제방 관리에만 치중하기 보단 하천과 유역 등의 전반적인 홍수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특히 이번에 수해가 난 지역이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이 나뉘는 곳이라는 점에서 체계적인 하천 관리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백경오 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수해는 하천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물을 댐에서 방류한 영향이 있고, 방류량을 제방이 감당하지 못하게 설계된 면도 있다. 하지만 무조건 물을 제방 안에 가둘 수 없으니 댐의 방류랑을 조절하는 것과 더불어 저류지를 정비해 물길을 여러 곳으로 만들어 놓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시설물뿐 아니라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비구조적 방법도 제안됐다.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는 “기후재앙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극단적 위기 상황에서는 경고나 피난 조치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공식 발표는 나왔지만, 주민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맹탕 조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창승 구례군 수해피해 주민대책위원회 대표는 “주된 요인이 무엇인지 밝히고 책임을 가려야 하는데 정부는 ‘복합적인 원인’이라는 말로 넘어가려 한다”며 “예비 방류가 왜 부족했고 과다방류를 한 경위가 무엇인지 등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배 학회장은 “기술적, 과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객관적 조사를 진행했다”며 “관련 기관과 협의를 통해 책임 소재 역시 명확히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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