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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49.5도 ‘북미 열돔’ 부른 대기정체, 한반도 하늘도 심상찮다

등록 2021-07-01 16:52수정 2021-12-28 14:52

미국 올림픽 육상대표 선발전이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경기장에 설치된 옥외 온도계가 화씨 108도(섭씨 42.2도)를 가리키고 있다. 선발전은 폭염으로 연기됐다. 연합뉴스
미국 올림픽 육상대표 선발전이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 오리건주 유진의 경기장에 설치된 옥외 온도계가 화씨 108도(섭씨 42.2도)를 가리키고 있다. 선발전은 폭염으로 연기됐다. 연합뉴스

평년 기온보다 3배 높은 50도에 육박하며 수백명 목숨을 앗아간 태평양 연안 북미 서부지역 폭염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같은 북반구에 위치한 한국에서도 1일 서울 등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기상전문가들은 북미 폭염을 부른 ‘대기정체로 인한 열돔’ 현상이 한국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기정체로 인한 대기 불안정으로 소나기가 자주 내리고 있는데,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갇히면 북미와 같은 폭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미 폭염과 한반도 늦장마를 부른 공통 분모는 대기정체, 일종의 블로킹 현상에 따른 결과다. 억제하다·저지하다는 의미의 블로킹은 대기 흐름이 막혀 한 곳에 정체돼 있는 것을 의미한다. 열을 가둔다는 의미의 열돔 현상도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블로킹되며 벌어진 일이다. 낮에 달궈진 뜨거운 대기가 한 지역에 장기간 머물면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나타난 현상이다. 이현수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블로킹 현상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지만, 이번 북미 폭염의 특이성은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이다. 특히 언제 어디에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 폭염, 올해 한반도 늦장마와 지난해 역대 최장 장마, 2018년 한반도 폭염 모두 블로킹 현상 결과라는 공통점이 있다. 북미 폭염이 따뜻한 성질의 고기압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면, 같은 기간 한국은 한반도 북동쪽에 위치한 캄차카반도(동시베리아) 쪽에 고기압이 정체되면서 불안정한 날씨가 이어졌다. 지열로 가열된 하층부 공기와 상층의 북쪽 고기압 찬공기가 충돌하면서 6월 중순 이후 소나기가 많이 내렸다. 지난해 긴 장마도 동시베리아에 고기압이 정체한 것이 원인이다. 2018년 폭염은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각자 세력을 늘려가면서 한반도에 중첩돼 오래 머물렀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대기정체가 기후변화와 관련 있다고 본다. 북극 빙하가 녹는 등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북극 찬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 힘이 약해졌다. 동서방향으로 대기를 이동시키는 제트기류가 약해지자 남북 간 대기 흐름이 활발해졌고, 예상할 수 없는 지역에 블로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대기과학 전공)는 “기후변화로 지구 평균 기온이 높아지고 위도별 온도 차이가 줄면서 대기정체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강의 물길이 약해지면 흙이 쌓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만큼 기후변동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일 오후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전남 담양군 관방제림에서 시민들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기상청은 전날 전국에서 처음으로 담양군에 대한 폭염특보를 예고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전남 담양군 관방제림에서 시민들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기상청은 전날 전국에서 처음으로 담양군에 대한 폭염특보를 예고했다. 연합뉴스

기상청 역시 올해 장마 기간과 폭염 정도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현수 과장은 “이상기상으로 장마가 늦게 시작했다. 이후 폭염이 올 것인지, 아니면 지난해 같이 장마가 오래 지속될지는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고 했다. 특히 한반도 북동쪽에 위치한 동시베리아와 북미에 대기가 정체돼 있어 편서풍대에 위치한 한국 입장에서는 대기 출구가 막혀있는 셈이다. 이때문에 덥고 습한 공기 덩어리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할 경우 한반도에 뜨거운 대기가 갇힐 수 있다. 또는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에 위치한 장마전선이 한반도 위에 장기간 머물수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대기정체로 인한 북반구 폭염은 이제 이례적 현상이 아니다. 2003년과 2004년 열돔 현상에 따른 유럽지역 폭염은 기후위기 대응 필요성을 각인시켰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열대 지역보다 고위도에서 빨리 반응하는데, 극지방 변화가 폭염 또는 장마, 한파 등 다양한 이상기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허창회 교수는 “북미 서부는 원래 그렇게 덥지 않은 지역이다. 냉방 시설이 없거나 이를 구하기 힘든 저소득층에 폭염 피해가 클 것”이라고 했다.

최우리 김민제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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