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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카이브

[김훈 칼럼] 명동성당과 조계사

등록 2018-05-18 11:23

김훈 기자
김훈 기자
[한겨레 창간 30년-디지털 아카이브]
2002년 4월 4일 한겨레신문 18면 ‘김훈의 거리의 칼럼’

김훈 기자

발전노조의 파업이 계속되던 지난 38일 동안, 경찰병력은 서울 명동성당과 조계사 입구를 철통같이 막았다. 세속도시에서 종교의 신성을 보존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농성 중인 노조 지도부를 퇴거시키는 문제를 놓고 성당 내부에서도 성직자들 간에, 그리고 신도들 간에 의견충돌을 보였다. 성당 쪽이 견딜 수 없는 것은 성당 마당에서 세속의 권력이 물리적 힘을 행사하는 사태였다. 성당은 이미 들어와 있는 노조원들을 내보낼 수는 없었지만, 애초부터 세속의 갈등에 휘말리기를 바라지 않았다.

조계사의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발전노조의 파업이 시작되자 조계사는 경찰에 '시설물 보호 요청'을 했고 경찰병력은 이 요청에 따라 사찰 주변 경비를 강화했다. 발전노조원들이 조계사 경내에서 기습집회를 열었을 때, 경찰은 이 '요청'에 근거해 경내로 진입했다. 대웅전까지 쳐들어간 것이 화근이 돼, 종로경찰서장은 조계사 부처님 앞에서 108번 절하고 '참회'했다.

노조원들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종교의 신성은 더럽혀지지 않는다. 노조원을 내보낸다면 종교의 신성은 유지되기 어렵다. 그러나 애초에 노조원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의 종교의 신성이란 공허하게 들린다. 종교는 세속사회 속의 종교라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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