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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카이브

[김훈 칼럼] 불도저 앞 나무심기

등록 2018-05-18 11:19

[한겨레 창간 30년-디지털 아카이브]
2002년 4월 1일 한겨레신문 14면 ‘김훈의 거리의 칼럼’

김훈 기자

김훈 기자
김훈 기자
북한산을 관통하는 서울 외곽순환도로(8차선)의 제4공구 불도저들은 지금 경기도 양주군 사패산 터널 구간까지 다가와 있다. 국립공원 경계선을 넘기 직전에 공사는 일시 중단되어 있다. 비구니 스님들이 터널 양쪽 산기슭에 천막 불당을 차리고 농성법회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송추쪽 불당은 31일로 농성 129일째다. 중장비로 산을 밀어서 나무가 뽑혀나가고 벌건 흙이 드러난 기슭에서, 불당과 불도저는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31일 '북한산 살리기 생명의 나무심기'에 참가한 시민, 학생 등 300여 명이 송추쪽 터널 입구에 나무를 심었다. 전날 하루 종일 내린 봄비가 땅을 깊이 적셨다. 나무 심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사람들은 불도저 앞에 나무를 심었다. 나무를 심는 동안에도 중장비들은 조금씩 땅을 갈며 다가왔다. 스님들의 목탁 소리가 중장비 엔진음에 파묻혔다. 불도저가 넘어오면 이날 심은 나무는 모조리 뭉개질 것이다.

도로노선을 우회시켜서 국립공원을 비켜가면, 공사비가 7천억 원이 더 든다며, 정부는 기어이 관통시킬 작정이다. 그 7천억 원은 과외로 들어가는 돈이 아니라, 본래 그만큼 들어가야 하는 돈일 수도 있다. 불당과 불도저가 대치하는 산기슭에서, 사람들은 불도저 앞에 나무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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