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율, 도수, 라우터, 과납금, 씨티엔(CTN), 피피에스(PPS)….
통신서비스 이용자들이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거나 이동통신 유통점을 방문할 때마다 흔히 듣는 용어들이다. 통신 가입자 유치 전용 온라인쇼핑몰에 비치된 설명서, 통신요금 청구서, 통신서비스 정책 자료, 통신사 보도자료 등에서도 많이 쓰인다.
하지만 듣거나 보는 쪽은 뭔 뜻인지 모르는 채 듣거나 보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말을 끊기가 뭣 해서’, ‘귀찮아서’, ‘무식하게 보일까 봐’ 상대가 말하거나 요금청구서 등에 써져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냥 넘긴다. “일부러 알아듣지 못하게 하려고 약자나 은어를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엘지유플러스(LGU+)가 복잡하고 어려운 통신 용어를 이용자가 이해하기 쉽게 개선하는 캠페인에 나섰다. 2017년부터 고객이 좀 더 직관적으로 상품·서비스를 이해할 수 있도록 용어와 명칭을 개선하는 ‘고객 언어 혁신’ 활동을 전사 캠페인으로 확대한다. 박수 엘지유플러스 고객가치혁신담당(상무)은 “설문조사 등을 통해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나 설명을 찾아내 개선한 뒤 임직원과 고객센터 등 현장으로 확산하는 내용”이라며 “서비스·상품에 대한 고객의 이해를 높여 ‘찐팬’을 늘리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지난 3년 동안의 고객 언어 혁신 활동을 통해 용어 및 명칭 100여개를 개선하고 공유했다. 외국어 표현과 전문용어를 개선해 적용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3700여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씨티엔은 ‘휴대폰 번호’, 피피에스는 ‘선불 휴대폰’, 엠브이오아이피(mVoIP)는 ‘데이터 이용 음성통화’, 라우터는 ‘휴대용 와이파이’로 바꿨다. 과납금은 ‘더 납부한 금액’, 선납은 ‘미리 납부’, 요율은 ‘계산법’, 해지 미환급금은 ‘해지 시 돌려받아야 할 금액’, 부달은 ‘전달이 안됨’, 모비고는 ‘휴대폰 정보 이동’, 도수는 ‘분·초’로 개선했다.
“전 임직원이 개선된 용어를 쓸 수 있도록 내재화.” 고객을 대상으로 해서뿐만 아니라 임직원끼리도 개선된 용어를 쓰게 하겠단다. 이를 위해 개선 전후 용어·명칭 비교표를 회사 게시판과 화장실 등에 부착하고, 사내 통신망에 개선 용어 검색 기능을 추가하겠단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등에 제안해 이동통신 3사 공동 캠페인으로 확대하고, 용어 개선 작업에 한글 사용 전문가를 참여시킬 계획”도 내놨다.
이용자 쪽에서 통신망 품질 고도화와 요금인하 못지않게 바라던 바다.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케이티(KT) 등 다른 통신사들의 동참을 촉구한다.
김재섭 선임기자 겸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