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자다르의 강렬한 햇볕을 에너지로 변환시켜 근처 가로등을 밝혀주는 ‘태양에게 인사’라는 이름의 태양전지판. 밤이 되면 이 전지판의 엘이디(발광소자) 조명이 형형색색으로 바닥을 수놓는다. 픽사베이 제공(Katarzyna Tyl 촬영)
1970∼80년대만 해도 전자계산기에 자그맣게 붙어 있던 태양전지가 인류를 ‘구원’할 재생에너지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상용되고 있는 실리콘 태양전지판은 역설적이게도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이다.
태양전지판에 쓸 고순도 실리콘을 얻기 위해서는 모래(석영)를 전기아크로에 넣고 1500∼2000도의 열을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가 3세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주목하는 이유는 광전변환효율(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효율)이 실리콘 못지않은데도 훨씬 저렴한 소재로 저온에서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은 25일 “서장원 화학소재연구본부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핵심 소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성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24일(현지시각)치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한국화학연구원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논문이 <네이처>의 표지로 선정됐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페로브스카이트는 러시아 광물학자 레프 페롭스키가 광물에서 처음 발견한 특정 화학구조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 연구팀은 2009년 처음으로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태양전지에 적용했다. 이후 세계 연구자들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광전변환효율 향상 경쟁에 뛰어들었다. 화학연은 이 경쟁에서 7차례나 선두에 나서는 성과를 올렸다. 이번 논문에 반영된 25.2%의 효율은 2019년 8월에 달성한 것으로, 실리콘 태양전지의 최고효율 26.7%와 1.5%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현재 최고효율은 그동안 4차례 최고효율을 경신해온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 교수팀이 지난해 달성한 25.5%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a)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구조(b).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서장원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네이처> 논문에서 25.2%의 높은 효율을 달성한 원리를 설명했다. 태양전지는 태양빛을 받아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소자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빛을 받아 전류를 발생하는 광활성층을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로 만든다. 연구팀은 여러 광활성층 가운데 전압을 높일 수 있는 전자수송층과 전류를 높일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층 소재를 새로 개발했다.
연구팀은 화학용액증착법이라는 기술로 태양전지의 투명 전극 위에 주석산화물을 바로 합성시켜 전자가 잘 이동하도록 했다. 전자가 잘 이동하면 전압이 높아져 효율이 올라간다. 연구팀은 또 빛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페로브스카이트층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해 첨가물은 줄이면서 효율은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연구팀의 새로운 소자는 태양전지 최고효율 정보를 분기별로 발표하는 미국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차트에서 두 차례 연속해서 1위에 올랐다. 새로운 소자는 500도가 넘는 고온의 열처리 공정이 필요했던 기존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와 달리 150도를 넘지 않는 낮은 온도에서 제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태양전지 효율 차트.
연구팀은 “특히 이번에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밝은 빛을 낼 수 있는 특징을 지녀 발광소자(엘이디)로서의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고 밝혔다.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발광효율이 5∼10%에 그쳐 발광소자로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연구팀의 태양전지는 발광효율이 17%로 측정됐다.
서장원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재생에너지 분야 외에도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나노입자 광사태를 이용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흡수하지 못하는 영역대의 빛을 활용해 전류값을 향상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