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북부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에서 시민들이 눈을 맞으며 길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은 3일 오후 4시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대설주의보를 발령했다. 올해 들어 서울에 대설특보가 발령되기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서울지역에는 새해 들어서자마자 한파와 함께 폭설이 내린 1월6일(최심신적설 6.8㎝) 처음 대설주의보가 발표된 이래 12일(5.0㎝), 18일(0.9㎝), 28일(3.6㎝)에도 대설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에서는 또 1월8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8.6도로 20년 만에 가장 낮게 기록된 데 이어 1월24일 2주 남짓 만에 낮 최고기온이 89년 만에 가장 높은 13.9도를 기록했다.
잦은 폭설과 ‘냉·온탕’을 오락가락하는 널뛰기 기온의 원인은 북극의 이상고온과 라니냐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기온의 급격한 변동이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비밀은 지구온난화 지문이 남아 있는 북극에 있다”고 말했다. 북극은 2030년께면 여름에 바다얼음(해빙)이 사라질 것으로 점쳐질 정도로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가 가장 심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지난해에는 북극 지역 이상고온 현상이 특히 심해 북극을 감싸고 있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극소용돌이가 중위도 지역까지 처지면서 올겨울 한파를 몰고 왔다. 김 교수는 “이런 현상은 근래 들어 일상화해 미국에는 거의 해마다 혹한이 닥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2011년 1월에는 한 달 내내 혹한이 닥쳐 평균기온이 0도를 넘어간 기간이 44분에 불과했다. 2016년 1월23일에는 한파와 폭설이 겹쳐 제주공항이 2박3일 동안 폐쇄됐으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사상 가장 추운 대회로 기록됐다.
올해 한파와 폭설 원인 분석. 기상청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올해 폭설이 자주 내리는 것은 북극 한파와 라니냐 현상이 겹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태평양 지역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내려가는 현상인 라니냐는 지난해 8월에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서태평양 지역의 바닷물 온도는 상승하기에 북극 한파가 물러가는 공간으로 따뜻한 수증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유입되면서 남아 있는 한기와 만나 강한 눈구름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미래기반연구부 연구관은 “전반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온난화에 따른 극한저온은 감소 추세를 나타내겠지만, 온난화 속에서도 한파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특히 10년 정도의 주기로 한파 경향을 분석하면, 1980년대 중반까지 겨울철 한파 일수의 연별 변동폭이 상당히 크게 나타났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변화가 줄어들다가 2010년대 이후에는 다시 큰 폭으로 커지고 있다. 변 연구관은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기후변화는) 극단적 기온 변동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잦은 폭설과 이상 기온현상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힌트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기온 변동성이 일상화할 것이므로 국지적이고 잦은 폭설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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