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취수·지하자원 개발 등 영향
세계 육지의 8%...6억3500만명 피해
세계 육지의 8%...6억3500만명 피해
대표적인 지반 침하 지역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북부. 위키미디어 코먼스
세계 지반 침하 위험 지역. 아래는 북미와 중국의 지반 침하 위험 지역을 확대한 것. 빨간색이 가장 위험이 높은 지역이다. 사이언스
인구 밀도 높고 관개시설 많을수록 위험 높아 지층이 단단한 암반으로 돼 있는 한국으로선 남의 일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이런 지반 침하 현상은 네덜란드, 베트남, 이탈리아, 멕시코 등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진행중이다. 스페인지질광업연구소가 주축이 된 국제 공동연구진의 시뮬레이션 예측 결과, 이대로 놔두면 2040년에는 지구 지표면의 8%에 해당하는 1200만㎢ 지역이 50% 이상의 확률로 지반 침하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의 120배, 미국과 멕시코를 합쳐 놓은 크기의 광범위한 땅이 주저앉는다는 예측이다. 이는 전 세계 6억3500만명의 주거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규모다. 연구진이 지반 침하와 관련한 기존 논문들을 두루 검토한 결과, 20세기에 최소 34개국 200개 지역에서 지하수 고갈로 인한 지반 침하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지난 10년간의 지반 침하와 가뭄 자료,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에 따른 생활용수 및 산업용수 수요 증가 등을 토대로 전 세계 지반 침하 예측 모델을 만들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1월1일치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연구진이 잠재적 지반 침하 위험이 있는 전 세계 7343개 주요 도시의 22%인 1596개 도시를 확인한 결과, 이들 도시의 57%는 지반 침하에 더해 홍수 위험까지 안고 있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과 관개시설이 많은 지역이 특히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을 많이 쓰는 곳일수록 더 위험하다는 걸 뜻한다.
1925년에서 1977년까지 지반이 무려 9미터나 침하된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아킨밸리 지역. 전신주에 1925년~1977년의 지표면 위치 변화가 표시돼 있다. 지반 침하의 주원인은 지하수 취수다. Credit: Richard Ireland/USGS에서 재인용
중국 북부 평야·베트남 삼각주 등 최고 피해 지역 꼽혀 연구진이 꼽은 최악의 피해 예상 지역은 중국 북부 평야지대, 멕시코만 해안지대, 베트남과 이집트의 삼각주 평야, 네덜란드, 그리고 멕시코와 이란, 지중해의 내륙 퇴적분지다. 연구진은 지반 침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86%는 아시아인들이며, 지반 침하 위험에 노출된 30여개국 중 지역 규모나 인구 면에서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은 인도와 중국이라고 밝혔다. 이집트, 방글라데시, 네덜란드, 이탈리아 4개국은 지반 침하 위험에 노출된 인구가 전체의 30%를 넘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효과적인 지반 침하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첫 단계로 쓰일 수 있기를 기대했다. 연구진은 지반 침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범람을 막고 물 자원을 덜 쓰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농업, 축산, 석유·가스 추출 등 땅속의 물을 소비하는 산업에 대한 규제가 포함된다. 지반이 가라앉으면 해수면 상승 위험이 배가된다. 연구진은 “해안지역의 경우 지반 침하의 영향력이 해수면 상승보다 10배 이상 클 수 있다”며 “특히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한 지역의 21%, 즉 지반 높이가 평균 해수면의 1미터 미만인 곳에서는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지반 침하가 지구 환경에 큰 위협이긴 하지만 기후 변화보다는 훨씬 쉽게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성 및 레이더 같은 기술로 침하 지역을 신속하게 식별할 수 있고 지하수 관리 대책을 잘 세우면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지하수 관리 정책으로 지반침하 문제를 해결한 도쿄를 성공적 사례로 꼽았다. 도쿄는 지난 2000년 강력한 지하수 규제 정책을 수립하기 이전까지 지반이 1900년 대비 4m 가량이 주저앉았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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